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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내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

우리 꼬마가 뾰뾰라로 고통을 받은지도 석달째.

대체 얼마나 걸릴까요?


이 질문은 응급실로 후송되고

약간의 이성을 차렸을때 부터 물었던 질문이다.


의사를 몇 번을 바꾸면서도 그 누구도 시원하게 답하지 않았던 질문이기도 하고...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병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으니 막연히 예상조차 할 수 없다.


한 달이면 될까?두 달이면 끝나려나...

그렇게 석달이 흘렀고...


받아놓은 날짜가 있어야 달력에 동그라미라도 치고 기다리지.

결국은 2주마다 하는 소변검사지를 해석하는 법을 통달한 나는

정상범위 <20인 와중에 20,4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끝이 보이나 했지.


아이의 주치의 페랑 박사는 30대 중반의 젊은 여의사인데

처음 그녀의 오피스를 들렀을때 내 오랜 연륜으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되었다.

바쁜 의사 답게 사무실은 다소 어지러져 있었지만

또한 정돈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책상의 표면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사소한 문진의 내용 하나 하나 다부지게 눌러쓰는 글씨체로 꼼꼼하게 빠짐없이 기록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전형적인 모범생이라던가, 우등생이라던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런 사소한 그녀의 몸짓이, 눈빛이, 동요하지 않는 말투가 나에게는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많이 내려갔죠? 이제 억제제 함량좀 내려주세요."


함량을 내릴때마다 그녀는 골똘히 생각한다.

입술을 오므리고 끝에 힘을 주고 볼펜을 연신 켰다 껐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아주 조금씩 내려간 함량.

60으로 시작했던 함량이 석달째인 지금 40이 되었다.


"알아요,

많이 좋아졌는데 이 부담스러운 약은 왜이리 안 줄어들까..

발렌티나도, 부모님도, 그리고 저도 우리의 목표는 딱 하나죠.

'완치!'.

저는 더 구체적으로 재발없는 완치를 원합니다.

이 병은 생각보다 다량의 사례가 있지 않아요.

개개인에 따라 예후가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분명한건 재발하면 증상은 덜하다 하더라도 환자와 보호자의 심적인 타격은 좀 더 깊어요.

첫 진단은 충격이었다면

재발은 깊은 좌절과 실망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더 이상 보채지 않기로 했다.

그녀의 말은 충분히 단단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기분이 우울하면 청소를 한다.

속이 답답할때면 잡초를 뽑는다.

마치 이 잡초를 다 없애면 내 근심이 사라지기라도 하는양...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지금 잡초를 뽑고 있다.

다시 이 꼴보기 싫은 잡초를 보지 않으려면

결국은...

당장 힘들어도 악착같이 뿌리를 솎아야 한다.



엄마,

이겨내는 법을 알았어.


여덟살이 찾아낸 이기는 방법이란...
"적응하는거야.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 처럼... 날짜를 자꾸 세지 않고.
못먹는걸 자꾸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그래왔던 것 처럼...
그러다가 결국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을때 난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을테고 처음 맞는 행운처럼 정말 기쁠거야.
그래서 난 그전보다 더 행복하고 기쁘게 살게 될거야.
겪지 않았다면 가졌던 것이 선물인 줄도 몰랐을테니까
다 나쁜건 아냐!"
댓글 1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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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9116040
Nov 18, 2023

발롱틴..어디서도 볼수없는 단단한 8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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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isongyi
Oct 26, 2023

발롱틴 지금은 너무 힘들어도 ㅠ더 단단하게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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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like
Oct 23, 2023

아이의 말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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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Oct 21, 2023

어떻게 이렇게 어른스럽고 똑똑할까요..

저희아이도 이렇게 똑부러지게 키우고 싶어요ㅎㅎ

얼른 완치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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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꼭 완치하는 모습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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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orgeousyujin
Oct 21, 2023

아이는 어른의 잠언집인듯ㅠㅠ 갬동 먹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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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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