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검색

웃음 짠 나를 박장대소하게 하는 너


나는...

평생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처음 봤을때 무서웠다"

혹은

"말 걸기 어렵게 생겼다"

또는

"너도 웃을 때가 있어?"

,

"알고 보니 안 어렵네?"

,

"네가 웃다니! 정말 재밌나 보다!"


알고보면 난 그다지 어렵거나 무섭거나 새침하거나 도도하지 않지만

한가지 부정할수 없는 말은

여간해선 폭소하지 않는다.

웃음이 쉽지 않다.

그다지 내겐 아주 재미있는 것이 없다.

유머코드가 좀 남다른 것일수도 있겠고

꽤 다크한 어린시절을 보내 그럴수도 있겠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남을 웃게 하는 것은 너무 좋다.

그래서 누군가 내가 한 말, 내 글로 많이 웃었다 하면 그리도 기쁠수 없다.


그래,

나는 조금 남다른 남편을 만나서

그를 관찰하는 글을 쓰며 사람들을 웃겼다.

사실 내겐 그게 그다지 웃긴 일들이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이 웃으면 좋았다.


그 와중에 한번씩 끼어든 생각은

나는 그다지 웃을 일이 없다는 것이 참 아쉽군.

혹은 불공평해... 나는 누가 웃겨주냐고...


어느날 문득 깨달은것은

내가 어느순간 매일 박장대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꼬마 때문에...

나는 그렇게 평생 깔깔대고 싶었는데

하느님이 내게 전용 코미디언을 주셨다.


어제아침,

드디어 개학이다!

딸 셋 중 오랜만에 학교간다고 정성스레 머리 빗고 옷 고르는 인간은 2번 뿐.

1번은 또 고시생 차림으로 후다닥 나갔고

한시간 늦게 등교하는 초딩을 지나가다 보니까...

이것이 이는 닦았나 심히 의심스럽지 않은가.


"야! 너 이 닦았어?"


살짝 뜸을 들이다가...

"어! 닦았어"


그 2초간의 뜸이 매우 마뜩치 않다.


"거짓말이지? 너 안 닦았잖아!

엄마가 거짓말 하지말랬지!"


"거짓말 아냐!

닦았어! 어제 저녁 먹고!"


"야 그럼 거짓말이잖아.

아침에 안 닦은거 맞네!"


"왜 거짓말이야?

엄마가 이 닦았냐고 했지 언제 닦았냐고는 안 했잖아!"


너무도 당당한 그녀의 대답에 살짝 당황했다가 다시 강력하게 말한다.


"얼른 이 닦아! 학교 갈거잖아!"


이미 아침 만화에 빠져있는 어린 인간은 만사가 귀찮다.


"괜찮아. 이 학교에 모든 인간이 입냄새 나. 나도 같이 나도 돼"


듣다 듣다 이런 핑계는 또 처음.

충치 생겨도 이제 치과 안 데려갈거라고 협박을 하고서야 그녀는 꺼질듯한 한숨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갈수록 엉덩이가 커져가는 1번에게 애비가 그랬다.

그렇게 엉덩이가 자꾸 킴 카다시안 처럼 되어가면

모든 중동과 흑인에게서 추앙 받을거야.


그러자 밥을 먹던 꼬마가 그런다.


"노노, 중동이나 흑인 뿐 아님.

요즘은 아이보리인들도 큰 엉덩이 좋아함"


아이보리인?

아이보리인은 뭐야?


"왜 있잖아, 노멀한 프렌치들"


그건 화이트, 백인이라고 부르는거 아냐?


아이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웃기고 있네.

그다지 하얗지도 않은데 왜 지네맘대로 지네는 백인이야?

내 눈엔 기껏해야 아이보리정도임."


그날 이후 우리집에서는 백인을 아이보리인,

레드피플

좀 그을린 브라운휴먼

매우 세분화 해서 부르고 있다.


엄마 그거 알아?

쁠루쁠루는 자기가 굉장히 독특하고 잘생겼다는 걸 알아.


개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에이 안다니까...

하도 어렸을때 부터 사람들이 보기만 하면

우와! 오드 아이다!

너무 멋있다!

너무 잘생겼다!

이러니까...


흠... 그럴수도...


그런데 엄마는 얼굴에 점 있어서 어렸을 때 놀림 받았다 했잖아.


응, 그랬지.


사람들은 이상하지 않아?

동물은 조금 다르면 특이하다고 좋아하면서

왜 인간끼리는 조금 다르면 싫어하지?


그러게...


그런데 또 그거 알아?

스스로가 너무 난 멋지다고 생각하면

어차피 바보같은 인간들은 또 같이 그렇게 생각한다는거.

결국은 남들이 생각하는대로 나를 생각할건지

내가 먼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정할건지

그 중요한 순서를 결정해야 하는거야.


꼬마의 입술에는 작은 검은 점이 있는데

처음에 아이들은 얘더러 입술에 검은 깨가 묻었다고 놀렸었다.

아이는 그런 놀림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고

오히려 내 입술엔 특이한 점이 있다고 본인이 먼저 구경을 시켜준 적도 많았다.


학교에...

입술에 싸인펜으로 점 찍은 여자애가 넷이나 된다...


댓글 4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내가 지금 거의 2주째 스트레스 받는 일에 관한 기록 이걸 굳이 기록을 해 두어야 할까 싶기도 한데... 굳이 기억하겠다는 의지보다 속이 터져 이런다. 사건 : 수도권 전체의 버스 교통망을 쥐고 있는 독점 회사 transdev라는 악덕 기업이...

나는 오늘 몇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사실 별 것 아닌데.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인데. 몇 년간 해보지 못한 것. 몇 시간을 내리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는 것. 나는 어렸을 때 세상에 알려진 고전의 대부분을 다 읽었었다. 과연 내가 그 어려운 책들을 다 이해했는지... 혹은...

4 Kommentare


이토록 근사한 꼬맹이라니~^^

Gefällt mir
Antwort an

그쵸 ㅋㅋ 저도 그리 생각해요^^

Gefällt mir

copy2580
24. Apr.

긍정의 아이콘~~

무한긍정에 힘들다고 투정부리는것도 발렌티나랑 있으면 아무것도 문제될것이 없을것같아요

책도 천천히 정독해서 읽었지만 어찌 셋째는 이리도 어른보다 더 생각이 깊을까

이세상에 어려움이나 문제될것은 없는것 같아요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네요

Gefällt mir
Antwort an

저도 이 아이에게서 많이 배웁니다. 긍정적인 것은 정말 큰 힘인것 같아요^^ 읽어주시고 소중한 댓글도 주셔서 감사합니다^^

Gefällt mir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