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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미치고 있는 나에게 박수를...


작년 이맘때쯤 그냥 보기만 해도 아까운 내 막내가 나이에 맞지 않는 백신을 뒤늦게 맞고

아프기 시작했다.

아이는 자꾸 배가 아프다고도 했고, 다리가 아프다고도 했지만 그저 배가 아프면 소화제를 먹이고 다리가 아프면 주물러 주고 크느라 그렇다는 소리를 했다.

무식한 대응이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태어나 크면서 그다지 아파본 적 없는 튼튼한 아이니까.

그러다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게 다리가 붓고 반점이 생기고 걷지를 못하게 되자 응급실로…

거의 일년이 되어 간다.

당시보다 지나고 나면 더 트라우마가 온다고 하더니… 내가 그렇다.

그런데 이번에도 선수를 뺏겼다.

내가 더 우울한 것 같은데 정작 우울증에 걸린 인간은 내가 아니라 남편이다.

그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우울증약을 먹고 내가 알던 그 남자가 아닌 이상한 선비로 변했다.

어떤 일에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그의 그 만들어진 평화가 부러운것은 아니나 속은 뒤집힌다.

나는 사람이니까…


올해 초에는 원수란 말로도 모자란 시아버지의 망령이 다시 부활하여(볼드모트냐?) 소송이라는 선물을 선사하고

그 소송은 이달 25일에 날이 잡혀 있다. 비싼 변호사를 쓰는 만큼 법정은 귀찮으니 안 갈 생각이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도난 사건.

나의 시나리오대로 카메라와 렌즈는 되찾았지만 그걸 갖다 놓고간 미친 인간을 뻔히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이 억울한 상황에 울화통이 치밀더니 며칠째 잠을 못 자고 있고 오늘 아침에는 정말 오랜만에 깨지를 못했다.


내가 깨지 않으니 

또 기가 차고 속 뒤집히는 일이 일어난다.

나는 이 인간들의 알람이라는 중대한 역할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안 일어나니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엄연히 그 중요한 그들의 핸드폰이 있는데도 말이다.

지치고 우울하면 화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다.


하루종일 불편한 심정, 내몰아쉬는 한숨으로 그냥 시간을 걷다가… 문득 앉아서 들여다본 컴퓨터에서 발견한 사진…

내 꼬마는… 작년에 간식시간 근처만 되면 낚시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었다. 혼자 보낼 수 없으니 때마다 따라 다녔는데… 그때 우리 꼬마는 물고기를 기다린게 아니라 평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걸… 이제야 알겠다.

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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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somania
Jul 18

아젤님 오랜만에 메일 정리를 하다가 새글 알림이 몇개나 있어서 들어와 둘러봅니다. 얼마전 궁금한것만 쏙 보고 갔었는데. ㅋ 정말 사적인 글은 블로그가 아니라 여기에 다 있었네요. 아젤님의 동굴이라 불릴만 하네요. 블로그에선 무거운 이야기도 가볍게 풀어 놓으신게 많아서 이런저런 속깊은 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에 들여다봅니다. 최근 시간 날때마다 유툽 듣고있어요 ㅋ 정말 동네언니가 전화로 이말저말 다 해주는것 같아서 편히 잘듣고 있어요.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면 채팅 댓글도 달고 할텐데.. ㅜ

얼마전 언니 녹음방송 듣다가 어릴적 이야기랑 이런저런 이야기 풀어내실때 꼭 한마디 해드리고 싶었어요. 슈뻬르 아젤~!! 화이팅!!!

잘하고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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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저 이 댓글 몇 번을 읽었는지... 진짜 감사해요. 위로받는 기분이 어떻다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생각해보니 한번 라이브로 팟캐를올려볼까도 생각하게 됩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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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ena
Jun 14

이궁... 글만 봐도 가슴이 울렁울렁. 아젤님.. 저는 요즘 집 보수공사를 앞두고 있어서 블로그도 잘 못 보고 오늘은 다른 거 찾느라 컴 접속했다가 오랜만에 이 글을 보았어요. 정신없는 와중에도.. 문득 그 마음이 전해져서.. ㅠㅠ 아젤님 보며 항상... 많이 배우고, 저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낳기 전에도 놀라웠지만 제 아이를 낳고 나니 더 대단한 아젤님. 힘내세요. ㅠㅠㅠㅠ 진심 이역만리(?)에서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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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읽어내려가다... 그 몇줄 사이에 울게 만드시는 ㅋㅋㅋㅋ 대단한 힘을 가지셨습니다^^ 늘 위로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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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ow7
Jun 14

발롱틴이 그 고약한 뾰뾰라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아젤님이 매번 낚시하러 가자는 발롱틴을 혼자 두지 않으시고 항상 같이 있어주셨기 때문이기도 하네요. 오늘도 제가 바라던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는 법을 하나 더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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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날 함께 해주시는 것에 더한 위로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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