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넷 : 174센티
오디 158센티
발렌티나 138센티
8월에 오디가 첫생리를 시작했다.
어차피 하게 될 생리인데 동생이 먼저 시작하자 한 살 반 위의 언니가 저기압이 된다.
"쟤는 말도 나보다 먼저 하고,
걷기도 먼저, 이젠 생리도 먼저??"
대체 왜 그런것에까지 경쟁을 하는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 그럴 수 있지.
저 나이엔 별게 다 중요하겠지.
그러다가 10월 16일부터 이 아이도 여자가 된다.
집에 생리 하는 여자가 셋이나 되게 되었다.
나만큼 생리통이 심한것 같지 않아 다행이지만
딸이 여자가 되는게 그다지 기쁘기만 한 건 아니네... 더 이상 내 꼬마가 아니란 느낌이랄까...
덩치만 다르지 정신연령은 별 다를바 없는 셋이다.
그래서 집에 전쟁이 끊일 날이 없다.
그 중 요즘 반목이 잦은 인간둘은 1번과 3번.
다섯 살이나 차이나면 안싸우지 않냐고?
무슨...
밖에서는, 친구한테는 그리 너그러우면서 자매지간엔 그런 아량이 사라진다.
항상 다른 이들을 생각하고 돕고 바른 솔루션을 잘 제시한다면서
인기 투표로 진행된 반장 선거, 학년 회장 선거에서 뽑힌 둘이 집에서는 그렇게 옹졸할 수 없지.
톰과 제리처럼 하루종일 서로에게 끝도 없는 도발과 복수를 해대는통에
주변인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둘
싸움이 꽤 길어져서 이제는 약간 신경이 쓰일 참이었다.
어제는 금요일이었고,
특히 또 2주간의 가을방학이 시작하는 날이었다.
거의 항상 팔짝대면서 뛰어 들어와 '엄마 잘 지냈어?' 하는 꼬마가 울면서 들어왔다.
어떤 일로 울고 있건간에 아이가 울면 나는 여전히 두근댄다.
"무슨 일이야!"
초등학교에서는 심심찮게 자주 간식을 주는데
할로윈, 방학, 달리기 행사.... 여러 이유가 있다.
우리 꼬마는 지금 설탕을 못 먹으니 그런 주전부리가 간식으로 나오면
아이는 제몫을 챙겨 가방에 넣는다.
자기 때문에 초콜렛, 쿠키 이런걸 거의 구경 못하게 된 자매들을 위한 것이다.
루나 라는 이름은 작년부터 계속 듣던 이름이다.
모로코출신인 이 아이는 부모가 둘 다 감옥을 가면서 보육원에 맡겨졌고
공부는 아예 하지 않으면서 사고를 넘치게 쳐서 무려 2년이나 유급을 당했다
굳이 그 아이의 사정을 알아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그런 것 조차 없이 별 관심 없는 아이였지만
이미 그 나이에 강약약강을 모토로 삼은 아이는 작년에는 찍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올해 정확히 발렌티나가 뾰뾰라에 걸리고 부터는 대놓고 아이를 괴롭힌다.
내 발렌티나는
나이가 어리지만 정말 깊고 현명한 아이다.
크게 싸우지 않고도 사람을 다루는 법을 알고
엄격할때는 엄격하지만 친구들을 사소한 것 까지 챙겨서 세 살부터 지금까지
학교 생활, 교우관계로 나를 속상하게 한 적 거의 없다.
어제 방학 기념으로 아이들에게 작은 간식 주머니가 각자 지급되었고
그 주머니 안에는 킨더 초콜렛, 젤리, 쿠키등이 들어 있었다.
아이는 당연히 열지도 않고 그걸 그대로 가방에 넣고 있었다.
모로칸은 그런 아이를 성가시게 괴롭혔다.
"야, 넌 어차피 뾰뾰라라 그거 못 먹잖아.
그런데 그거 왜 챙기는거야?"
세상에는 모자라서 말이 안 통하는 인간이 널렸다.
그래도 발렌티나는 무시하지 않고 대답을 다시 한 번 했다.
"난 못 먹지만 이건 내 몫이잖아. 내가 어떻게 하던 그건 내 자유지.
그래서 난 이걸 가져가서 우리 언니들 줄거야."
그러자 모로칸은 어차피 먹지도 못할 간식이니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아이의 가방을 잡아 당겼고
힘이 없어 참는게 아닌 우리 꼬마다 결국 폭발.
세 살이나 많고 덩치가 훨씬 큰 흑인애를 제압하고 분이 안 풀려서 욕을 한게 문제가 되었다.
(정확히 쌍욕을 한게 아니라 아이가 쓰면 안되는 좋지 않은 표현을 한게 문제.
직역을 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데 이 나라에서 흔히 쓰는 거친 표현으로
'난 내 불알을 흔든다'(쓰고도 이상하네... 뜻은 대충 네가 뭐라하건 개소리. 난 신경 안써 쯤 된다.)
라는 남편이 자주 '트럭 운전사들의 어휘'라고 부르는 말을 내뱉았고
야비한 모로칸이 선생에게 고자질을 하고..
그리하여 아이는 벌점을 받고 알림장에 선생의 경고문을 받아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선생한테서 경고문을 받은것도 아이에겐 큰 일이고
이 경고문을 받아온 걸 엄마가 알면 혼날까봐 그게 또 걱정이고...
"나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싸운 것에 대해 혼내지 않아.
싸우지 않고 참는게 인생을 잘 사는게 아니라고 생각해.
누군가 너를 괴롭힌다면 절대 참지말고 다시는 너를 함부로 할 수 없게
현명한 방법으로 꼭 대응해."
아이를 달래는 동안
딸이 울어 또 세상이 무너진 아빠는 세 줄 쓰여 있는 경고문 밑에
두 페이지 반의 항의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내 아이가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는 쉽게도 경고문을 주면서
현재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 아이에게 매일같이 말로, 행동으로 고통을 주는 상대편 아이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했는지 나에게 꼭 상세하게 알려주기 바란다.
만약 그 아이에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당신 스스로 선생의 자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라.
스스로 고찰하지 못한다면 고찰할 수 있는 방법을 학부모로서 취하겠다."
금요일만 오는그 기간제 교사는 세상에서 제일 성가신 애비를 잘못 건드렸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절대 백퍼센트가 아니다.
나쁜 일이라도 좋은 면이 의외로 따라오기도 하니까...
꼬마보다 좀 늦게 집에 돌아오는 중학생 언니 둘이 도착했다.
"힉!! 왜 울어!!"
사이가 좋건 나쁘건 동생이울고 있는걸 본 두 아이 모두 소리를 지른다.
동생이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는걸 아니까.
자초지종을 들은 아이들은 각기 나름의 방법으로 동생을 위로했다.
오디는 늘 그렇듯 햇살같이 따뜻하게 동생을 꼭 안아준다.
"울지마.
우는것 조차 아까워. 그런 일에... 다음엔 티 안나게 밟아줘.
그깟 알림장따위 왜 걱정해.
나도 여러번 받아온 경고문이고 엄마는 그때마다 쿨했어.
그건 걱정 안해도돼.
엄마는 늘 먼저 물어볼거야. 왜 그랬냐고.
그리고 당연히 이유가 있으니까 엄마는 늘 우리 편이야."
요즘 앙숙이던 큰 언니는 안아주거나 괜찮다거나 이런 위로따위는 하지 않았다.
"미친!! 그 또라이 바보가 안그래도 걸리더라고!
나 지금 보육원 간다. 걔 좀 패줘야 오늘 밤에 잠이 오겠어!"
진짜 신발 다시 신고 있는 아이를 말리느라 또 온 가족이 난리...
나넷은 근래 보기 드물게 정말 화가 나 있었고
"어디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라고 소리 질렀을때 꼬마는 드디어 쑥스럽게 웃더니 큰 언니에게 달려가 그녀를 끌어 안았다....
자매가 있다는건 어려서는 조금 성가실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의지할 수 있게 되는거 같아요 나넷 오뎃 발렌티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내편 부모님을 두었구요.
저런 언니들을 둔 발렌티나에게 가장 부러운건, 저런 아버지를 둔 것이라는것..
저도 동생이 있어서 알겠어요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건드리면 아주 화가 나지요 ^^
발렌티나는 멋진 언니야들이 있어 아주 든든할것 같습니다.
나넷과 오뎃이 월경을 시작하다니 축하드려요 ^^
아이들이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군요 ^^
원래 내 동생은 나만 욕하고 때려야되는데!!! ㅠㅠ
집에서 내가 쥐어뜯고 때리는건 오케이지만
밖에서 남한테 해코지 당하고 오는건 절대 못참죠!!
형제 자매 있는 분들은 다 이 맘 이해하실거에요 ㅎㅎ
발렌티나는 그래도 언니가 둘이나 있어서 든든하겠어요^^
아 정말 눈물이 핑도네요 ;; 정말 정글같은 세상에 아이들 교육이 제일 어려워요. 발롱틴 씩씩하게 잘 이겨내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