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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파도를 헤치고...

최종 수정일: 4월 23일

돌아보니

잔잔한 파도를 자주도 넘으면서 키우고 있었다.

말이 느려서 걱정했고

걷는게 더뎌 걱정했고

심지어 태어났을땐 미숙아로 나와서 똥구멍이 두개인줄 알고 놀랬고

영어 조금 할 줄 알때 이 나라 와서 꼴찌만 맡아 하길래

억장이 무너졌고...


중학교도 중간에 전학하는 소동이 있었고

이제는 드디어 인생의 큰 관문 바로 직전인 고등학교다.

인근 대도시에 있는 공립 쎙 떽쥐베리 고교에 우열반이 신설된다고

작년부터 계속 접촉이 왔다.

나쁠 것 없지.

이제 이 나라는 갈수록 떨어지는 교육질에 정치인들이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온갖 시도를 다 하는 중이다.

공부 잘 하는 한국과 일본을 본받자며 올해부터 교복이 도입되고

교육의 평준화가 답이 아니라면서 각 학교마다 우열반제 도입,

각 과목별로 수준으로 나누어 이동 수업

이것은 또 다른 커다란 개혁이니까.

공립이면 따로 크게 돈 들 일 없고

우열반이면 비슷한 실력의 아이들과 좀 더 높은 교육을 받을테니 좋다 했다.


오픈 스쿨이 있기만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4월 초에 학교 설명회에 초청되어 갔다.

그런데 같은 대도시에 있는 명문 사립 노트르담의 신청마감은 올해 2월 까지였다.

어차피 우리는 돈 안들고 좋은 공립 우열반 갈거니까...

중학교때 부터 점 찍혀있던 아이에게 입학 권유가 여러번 왔으나 쿨하게 넘김...


그런데...

4월 초에 방문한 공립은 참으로 애매하고도 또한 찝찝하다...

우열반 제도야 지금 학교에서도 2년이나 하고 있으니 어찌 돌아가는지 잘 알지만

지금 학교와 크게 다른 점이 둘이나 있다.

우선 학생 질.

지금 학교는 90퍼센트가 백인이고 중산층 이상의 가정환경을 가진 요즘 프랑스에서는 보기 드문

그런 공립학교다.

분쟁이나 문제가 없는 학교야 없지만 아주 마일드하다.

한마디로 이해가 가는 수준의 일들만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중학교는 매우 안전하고 예쁘고 평화로운 동네에 위치해 있다.

아이가 조금 늦게 간부회의를 마치고 컴컴할때 버스를 타고 와도 그다지 걱정이 안되는 정도.

학교가 있는 동네 주민은 90퍼센트 이상 토박이 프렌치들이다.


이 공립은...

매우 난감했다.

우열반 뿐 아니라 일반반 모집도 같이 하는 날이므로 학교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와 예비 학생들로 북적이던 오픈스쿨날.

줄지어 들어가는 사람중 70퍼센트가 보자기 뒤집어 쓴 인간들.

한숨이 나온다.

나는 더 이상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따위의 한 발 빼는 말로 내 생각을 애써 포장해서 말하지 않겠다.

그들은 그냥 대부분 나쁘다.

범죄를 저지르고 말고를 떠나서 나쁘다.

그들과 같은 종교가 아닌 사람을 해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나쁘다.

특히 우리처럼 카톨릭이면 매우 위험하다.

이 나라는 공립 학교에서 종교색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무슬림은 히잡을 쓴다.

선생들도 외면한다.

이 나라에서 선생이 둘이나 무슬림에게 테러를 당했기 때문에 선생들은 그들이 무섭다.

하지만 십자가를 보이면 벌점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아직도 온갖 카톨릭 성일을 휴일로 삼는다.

살다보면 이 나라처럼 모순덩어리인 나라도 드물다.

올해 들어 이틀에 한번 꼴로 학교 폭력으로 다치거나 죽은 아이들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는데

부모로서 여간 예민해지는것이 아니고

본인이 사뭇 강하다고 착각하는 딸을 가진 입장에선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 학교 폭력으로 다치거나 죽은 애들은 모두 무슬림에게 당했다.

스물이 되기도 전에 이미 악마인 종자들

무슬림이다.

그러니 무슬림이 그리 많이 오는 학교라니...

뒷걸음을 치게 된다.


그래도 온 김에 학교를 둘러본다.

명색이 학교인데...

벽 여기저기 훙측한 그래피티 칠갑이고

종교색 뚜렷한 알라찬양이 여기저기

이건... 말만 공립이지 그냥 무슬림 학교인데?


진짜 절망스럽고 갑자기 큰일났다 싶다.

한 번의 재고도 없이 이 학교 우열반을 지원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이미 사립 지원기한은 지났지않은가...


남편도 나도 그리고 아이도

가득 심란해져 차를 타고 나오는데 쐐기를 박는 한 가지를 더 발견하게 된다.

학교에서 한 블럭 떨어진 곳에 게토 지역이다.

경찰도 무서워서 개입안하는 마약소굴

인간 장기가 밀매되는 곳

그런데... 통학할 버스 정류장이 바로 그 앞이다.


집에 오자마자 이미 늦은 사립 지원서를 찾아 미친듯 속달로 보낸다.

다급하게 다음날부터 사립학교에 전화를 불이 나게 하지만

학교 지원 관련은 일절 전화문의를 받지 않으며

지원서를 냈다면 가부 연락을 따로 메일로 할테니 그냥 기다리란다.

인터넷으로 마구 찾아보니

노트르담이 저번해 바칼로레아에서 전국 100위안에 들어 이번해 지원서가 사상 최대로 박이 터진단다.

할렐루야

대체 왜 인생이 강처럼 고요한 적은 없는 것인가.

인근 지역은 고사하고 차로 40분 거리인 다른 지역에서도 이 명문 사립을 오겠다고

지원하는 엘리트들이 수두룩 하다는 우울한 소식을 잔뜩 찾아냈고

이제는 좀 더 먼 공립과 사립을 뒤지고 있었다.


워낙 느려터진 나라

가부 결정을 언제 알려줄지는 시어머니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르니

속이 터질 준비를 잔뜩 하고 있었다.

약간의 희망은 아직 중학교 연합고사(6월말) 전이므로

연합고사를 정말 미친 듯 잘 보면 대기자 여분으로 있다가 극적으로 입학 허가가 될지도 모른다고...


참, 아이는 3월에 전국 수학 경시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갔었고

프랑스어와 영어도 출전했다.

10위 안에 들면 고등학교 진학 뿐 아니라 바칼로레아까지 가산점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물론 전국 10위는 로또만큼 어렵지만.


그런데...

인생이 늘 드라마구나 싶은 일이 또 일어난다.

혹은 '그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하는...

속달을 보낸지 이틀만에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나넷 수석 입학

지원자 중 가산성적 1위

특히 3월 전국 수학경시대회 2위 반영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다니고 있는 중학교에서도 아직 수학 경시대회 결과 소식을 받기 전인데

사립에선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는 단 1점을 놓쳐 2위를 받았는데

항상 그 1점은 뭘까 궁금한 엄마를 위해 집 나간 1점은 엑셀 문제였다고도 친절히 알려준다.


소소하게 나는 우왕좌왕 이 나라에 아직도 적응중인 한국 엄마로 1등을 키우고 있다고 자랑했었지만

이렇게 큰 일은 오히려 안 떠들게 된다.


그래도 기록은 해두어야지

딸이 가뜩이나 자주 미운 요즘,

내 미움이 너무 심해질때 꺼내보기 위해서...


그 좋은 머리로 더 많은 것을 알려하지 않는다고 또 꼰대 같은 소리를 하지만

할 수 밖에 없는 말을 해대고

꼬박꼬박 대드는 그녀와 어제도 한바탕한 시점이지만

너는 늘 나의 태양이다.

비바람에 어쩔줄 몰라하는 내게

견디면 내가 있다고 어느새 나타나는 그런 태양이다.


그리하여 4월 24일 수요일,

교장 면담을 하러 가게 된다.

입학식때 신입생 대표를 맡을 일도 상의하기 위해

입학젼형 교사가 아닌 교장과 직접 만나게 된다고 오늘 연락을 받았다.


너무 힘들지 않게 잘 해나가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댓글 1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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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תגובות


saak24
01 במאי

오~~~ 너무나 기쁜 일이네요 세상 어떤것보다 내 아이가 반짝반짝 빛나는 일이 젤로 행복하죠~~^^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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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eo8o
29 באפר׳

축하해요 나넷,나넷의 부모님!

열심히 노력한 점을 인정받고 좋은 곳에 입학하게 되서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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בתשובה לפוסט של

감사합니다^^ 앞으로 고등학교 생활도 자주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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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isasong
24 באפר׳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과정은 험난했지만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정말 너무 기특하네요.

아이들 기르는 재미가 이런거 같아요. 미친듯이 힘들다가도 어느 순간 함박 웃음을 짓게 만드는거.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나넷이 새 학교에서 좋은 친구들과 행복한 학교 생활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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בתשובה לפוסט של

같이 기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 드디어 진학할 학교 교장과 면담을 하고 왔어요^__ ^ 갑자기 핸드폰 때문에 싸웠던게 기억이 안나더라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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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2580
24 באפר׳

수석입학이라니~~~축하드려요

나넷도 당연히 제일먼저 축하하고 고등학교까지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최고의 학교에 입학시킨 마담님도 더더더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많겠지만 나네은 더할나위없이 잘해나갈꺼라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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בתשובה לפוסט ש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드디어 학교장 단독 면담을 하러 갑니다. 다녀와서 또 업데이트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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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true
23 באפר׳

할렐루야~ 네요. 나넷 너무 너무 훌륭하고 대견하네요. 호주도 무슬림들이 갈수록 판을 치는데 저도 너무 싫습니다 그냥 싫어요 그들의 면상부터 이기적인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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בתשובה לפוסט ש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진짜 이 나라 살고부터 그쪽 사람들이 끔찍해졌어요 ㅜ.ㅜ 그전에는 정말 아무 편견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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