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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말했지만.... 남의 자식. 그가 문제다.


나는 MBTI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아예 관심이 없다.

몇 번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검사항목도 많고 그때 그때 내가 어느정도로 이 성향인가 고민하는 것도 귀찮고

그래서 안 하기로 했다.


내가 그런성향을 지금 와 파악해 나랑 잘 맞는 새 짝을 만날것도 아니고

그런 검사를 하건 말건 확실한 건 이 남자와 나는 절대 잘 맞는 성향은 아니다.


덜렁대고 한 번에 할 일 두 세번에 나누어 하고

맨날 집 밖에 나갔다가 뭐 하나 깜빡해서 또 들어오고...

그런걸로 안 싸운지는 오래 되었다.

너무나 딱 맞는 솔루션, 그런 그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발견했기에...


-네가 뭘 하건, 안 해도 될 고생을 해도 그건 네가 힘들지 내가 힘든건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 남자의 매일 반복되는 본인이 내린 '사서 고생'이 강건너 불구경이 된다.


그런데...

그냥 불구경으로 끝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경우...

이 놈의 남의 자식은 또 내 속을 찬찬히 뒤집는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따끈하게도 어제 일어난다...

우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상태다.

곧 TV 촬영이 있으므로 이 엉망인 집안 곳곳을 치워야 하는데

내부도 안 끝났으나 일 머리 두서따위 없는 남자가 즉흥적으로 동굴 청소를 시작했다.

저건 맨 나중에 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말했듯 웬만한 자가 고생은 간섭하지 않지.


일 시작한지 십 분.

그래 딱 십 분.

뭘 많이 진척시키고 일어난 일도 아니다.

패닉에 빠진 남자가 팔목을 움켜잡고 들어오는데 쌔하다...

깨진 유리에 팔목을 베인 것.

이거 우짜냐고 하는데... 나이가 그 정도면 이런 기본은 알아야지.

바로 응급실행. 꼬매야지.

다행인건 많이 찢어지진 않았지만 꽤 깊어서 그냥 약 바르고 될 문제는 아님.

막내가 이미 스쿨 버스로 오고 있는 시점에서 일 저지른 남자.

응급처치로 소독 스프레이 잔뜩 뿌리고 붕대 감고 지혈되게 세게 밴디지 칭칭 감아서

혼자 보냈다.


같이 안 갔는데 같이 간 기분.

수시로 응급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상황 보고를 해대더니

전화를 걸어온다.


"혹시 내가 파상풍 백신을 맞았어?"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웃긴 질문인가.

뭐 어디 갔다 온 것도 아니고

단기기억상실증 이런것도 아니고

본인이 맞은 백신을 내게 물어본다.


2017년에 맞았다고 했더니 '메르씨!' 라고 대답한건 이 인간이 아니고 응급실 의사였다.

더불어 의사는 수화기 너머 큰 소리로

붕대를 기가 차게 잘 감았더라고 칭찬을 해준다.


그래...

나는 이 남자와 함께 살고부터 낯선 이들에게 과한 칭찬을 자주 받을 때가 있다.

칭찬을 받아도 찝찝한 기분은 아마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걸...


응급실에 혼자 갔던 남자가 두 바늘을 꼬매고 네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다.



내 자식 키우기 힘들단 소리 말아야지...

맨날 두근거리게 하는 저 남의 자식에 비하면 내 딸들은 어찌나 착한가.

댓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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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zoomena
Nov 08, 2023

진짜 웃참 실패네요!!! 고서방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 들수록 칭찬받아도 크게 안 기쁜 순간이 생긴다 싶더라니 이런 이유였군요! 이유를 알아 속이 시원해지네요............................ 조금 슬프긴 하지만요? ㅋㅋㅋ 메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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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109s
Nov 07, 2023

아오 남의 자식 키우느라 가끔 낯선 타인들에게서 과한 칭찬듣는거 왜케 공감되죠 ㅋㅋㅋㅋㅋㅋ찜찜한 기분까지 ㅡㅡ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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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ari1979
Nov 07, 2023

그래도 크게 안다쳐서 다행이네요~

쫌 얄밉게 다행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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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07, 2023

저는 아젤님 INTJ 같아요ㅋㅋㅋㅋ 혹시 하게되면 맞는지 알려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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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dwns8857
Nov 07, 2023

와우....고서방님에게 정말 큰일이었겠네요...하지만 아젤님 입장에서 할일이 많은 상황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터지니 너무 속상하시겠어요

저라면 ㅋㅋㅋㅋ너무 분통터질것 같은데 아 안그래도 처리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왜 안써도 되는 신경 쓰게해 요런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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