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진짜 평화...
끝없는 평화...
이것은 죽어야 오는 것인가?
아니면 죽어서도 어쩌면 가질 수 없는 것인가?
심심하기 싫어서 결혼을 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혼자가 외로워서라기 보다 심심했다고나 할까
외롭지는 않았지. 나는 소울메이트 같은 개 두 마리가 있었으니.
그럼에도 심심하긴 했지.
내 소울메이트들은 말을 못섞는다는 것이.
나는 그렇게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짝을 찾았더니 이 인간과 사는 동안 심심한 것이 그리워진다.
심심한 것이 심란한 것 보다는 몇 천 배 낫다는 진리를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때는 늦었지.
나는 팔자를 믿는다.
이대앞 신들린 점쟁이를 친구가 찾아갔을 때 나는 그냥 옆에 따라 가 앉았을 뿐인데도 신이 이미 들어온 보살이 나에게 그랬지.
넌 벽안의 남자를 만나 외국에서 살 팔자야.
어처구니 없던 그 말...
그래, 나는 그때 만나던 멀쩡한 내 남자친구와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미친 헛꿈을 꾸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고 그 희한한 할배소리를 내던 보살이 떠올랐다.
어쩌다 하나 맞췄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맞아떨어졌으니까.
내 팔자도 평화롭지 못한듯 한데 더 정신 사나운 팔자를 가진 남자를 만나 사니 더 평화롭지 못하다.
이 인간은 했던 실수 모양만 바꿔 끝없이 반복하고
타고나기를 조심스럽지 못하며 매사 덜렁대고 뭘 잃어버리는 것도 남들 배로 하고 아픈것도 유별나게 요란한데다 내 보기에 그다지 팔자 좋지도 않은 것 같은데 수명 욕심은 세계일등이라서 조금만 아파도 이미 혼자 암진단 내려서 다음날 의사 만나러 뛰어가야 한다. 애도 아닌 것이 혼자 무서워서 가지도 못해 각종 검사 받을 때 마다 같이 가줘야 하는...
그래, 친구는 의리 아닌가.
내가 친구를 그토록 간구했으니 어쩔 수 없이 동행한다만 갈때마다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하는 나는 좋은 친구는 아니겠지. 그리고 좋은 친구가 되고 싶지도 않다.
문제는...
이 인간이 끌어안고 사는 온갖 문젯거리에 본인보다 내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도대체 나와 달라도 너무 달라 평생 이해할 수 없는 이 인간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을 그만두고 싶다.
그리하여...
인생을 분리시키기로 한다.
너는 너의 인생을 나는 나의 인생을 살자 제발.
오늘부터 나의 모토는 강건너 불구경
많은 걸음을 띄워서 구경만 해야지. 나는 이제 내 인생을 더 들여다보고 살기로 한다.
자식도 이만큼 키웠으면 그들이 이제 그들의 인생을 꾸릴 차례고
이미 그런 시기가 한 백번은 지난 남의집 아들은 더더욱.
형부가 또 무슨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