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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는 자


사실 까칠했던 어린왕자의 여우도 며칠 걸려 길들여졌잖아?

이 개는 그 여우보다 윗급

길들여지지도 않는데다가 힘은 오지게 세져서 감당하기를 포기하는 중

옆집 둘째 아들은 뭐랄까...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세상만사를 다 배워 모르는게 없는 총각인데

이 아줌마가 자꾸 세상사가 그 안에 다 있는 것이 아니고 그대로 안 되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해도 안 믿더니

자꾸만 우리개를 길들여보겠다며 훈련을 시범한다.

(남의 개를 왜 길들인다는건지...)

정원에서 또 쥐 구멍 발견하고 코 처박고 있는 개님을 그렇게나 불러대지만

고시생 저리 가라의 집중력을 자랑하는 개는 들은척도 안 함.

목소리 톤이 낮고 카리스마 있어야 한다고 둘째 아들이 나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핵심이라면서

강조하더니 목소리를 있는대로 깔고

"쁠루쁠루!"


안 옴...


귀 찢어져라 휘파람을 불어댐.


안 옴...


"혹시 개가 청력에 문제가...?"


라고 묻길래 잽싸게 아무 문제 없고 소머즈급이라고 말해줌.


머쓱해 하더니 이번에는 매우 화가 난 톤으로 개를 불렀음.


안 옴...


보고 있다가 한 마디...


"안 온 댔잖아..."


그것은 우리가 훈련을 잘못 시켜 그런거라는 쓸데없이 긴 충고를 하더니

쥐구멍에 집중해 있는 우리 개 뒷덜미를 잡았다...


그때 우리 개의 꼬리가 낮은 45도 각도로 몇 번 왔다갔다 하는 것을 봄...

안 좋은 신호...


"냅둬! 걔 지금 집중해서 건드리면 별로 안 좋아."


그런 식으로 개한테 맞추면 훈련이 안 된다고 함.


억지로 쥐구멍에서 떼내서 개를 끌고 옴...


개가 낮게 살짝 으르렁 댐...


"안 건드리는게 나을거 같은데...."


아니라고 함.

인간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아마 어느 유튜버가 그랬나보지)


개를 눕혀서 목을 제압... 함....


그리고... 개가 그의 손가락을 살짝 뭄(피 안 났음.)


갑자기 화들짝 놀래더니 얼른 개를 놓고 뒷걸음쳐서 내 옆으로 다시 옴...


무지 민망해 하고 있다는 것이 침묵속에 고스란히 전해져 옴...


"것봐... 안 통한댔잖아."


"그러게....요..."

목소리 깔고 목 잡고... 다 소용없고

얘가 말듣게 하려면...

이 여섯살을 초빙해야...

패고 어쩌고 해서 될게 아니고

귀찮게 해야 그나마 들을까 말까

귀찮게 하는데 세계 최강은

여섯 살

길들이고 싶다면...

개가 먼저 길들여지고 싶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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