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검색

그래... 이번엔 삐질만 하다...

내 딸은 참으로 보통 십 대와 다르다.


우선 방문을 안 닫는다.

스포츠 브라쯤은 그냥 하고 아빠 앞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테오나 톰 혹은 사샤와 통화를 할 때도 방문은 활짝 열린채 항상 손은 뭔가를 하느라 바빠서(그림을 그리거나 수학 문제를 풀거나....) 스피커폰으로 온 집안에 생중계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듣고 싶지 않아도(뻥이고, 당연히 듣고 싶고, 그리고 들려주어 감사하고 ㅋㅋ) 라디오처럼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데...


오늘은 듣다가 헉...


꽃소년, 오늘은 나도 인정한다.

충분히 삐질만 하다...



<실시간 삐져가는 소년과의 대화>


"토요일에 그래서 등산 가는거야? 톰 그 자식이랑?"


-응, 꽁땅도 가고, 우리 엄마 아빠도 가고, 내 동생들도 가.


"헐... 뭐야, 무슨 하이킹 집단이야? 엄마 아빠 왜 같이 가!"


-왜 안돼? 그들도 가고 싶대.


"칫... 난 둘다 내 편인줄..."


-편이 어딨어, 그들은 톰도 좋아함.


"흥... 정말 실망이야"


-너도 와, 아 참, 넌 그날 프로방스 간댔지(테오네 외할머니댁)


"다음주에 등산 가! 나도 가게!!


-안돼, 다음주에 겁나 덥대.


"아 진짜... 그럼 가지마!"


-안돼.


"왜!!"


-심심해서 안돼. 가야돼.


"나랑 전화해!"


-안돼. 그런 줄 알아


"... 난 주말 내내 너 못 봐서 이제 화나는데... 넌 톰이나 만나고"


-꽁땅도 있대니까. 걔는 사람 아냐?


"걔는 전혀 신경 안 쓰여."


-너 자꾸 이러다가 내가 고등학교 가면 어쩌려고 그러냐.


"그래서 나도 노트르담 중학교로 옮기잖아. 가까이서 있을텐데 뭐."


-그래도 어차피 건물 다르고 시간표도 다르잖아. 이제 적응해야지.


"... 너 고등학교 가면 사샤랑 밥 먹을거야?"


-그러겠지.


"야!! 걔랑 놀지 마!! 걔랑 밥 먹지마! 걔랑 같이 버스 타지마! 걔랑 아무것도 하지마! 걔랑 원수로 지내!!!"


(이 울부짖음에서 마음이 찢어지는...)


-뭔 소리야... 우리 네 살 때부터 친구야.


"그게 뭔 친구야! 너네 사기꾼들이야. 너네 그렇게 하는거 반칙이고 친구 아냐."


-너랑도 하는건데 그게 친구 아님 뭐야.


"그런건 나랑만 하는거야. 걔랑 하지마! 그 이상한 놈이랑 그런거 하지마!"


-걔는 니가 이상하다던데?


"... 너 걔랑도 전화 맨날 해?"


-아니, 걔는 어쩌다가 전화해.


"이제 전화받아주지마!"


-야... 어 또 짜증나게 하기 시작한거 알지? 나 끊는다.


그러고 이 무정한 것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림...

듣고 있던 청취자들 단체로 분주하게 딴거 하면서 안절부절... 불쌍한 꽃소년... 때려주고 싶은 친딸...


삐진 꽃소년은 다시 전화하지 않고 있었는데...

으잉? 결국 전화했나? 십분만에 울려대는 그녀의 전화... 다시 청취자들 하던거 멈추고 얼음 상태로 귀 쫑긋.


-어디라고? 알았어. 나간다.


오잉? 그새 집앞에 온건가?


청취자들은 방청객으로 변신해 창문에 들러붙었는데... 집앞을 찾아온건 빵 바구니를 든 사샤.


그리고 신 내렸나... 동시에 울려대는 그녀가 놓고 간 무심한 핸드폰... 떠 있는 이름이...


"뚜주르 부데(연간 삐돌이)"


오십이 다 된 부부는 오랜만에 손을 부여잡고...


"잘못 키웠나봐. 심장이 마이너스 삼도야 저년은...."

댓글 22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왜 우울하냐고 고찰해 보면

그놈의 기대 때문이다. 뭐 하나 이거 없이 하는게 없어 그렇다. 한 가지 감정에만 집중을 못하는 산만한 인간이라 그렇다. 글 쓰는 게 신난다면 그 행복에만 집중해야 할 터. 그런데 그러지 못하지. 나의 연재에 라이크가 얼마나 달리나에 신경이...

22 Comments


유니
Sep 12

마이너스 3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ike
Replying to

뜨거운 피이지만 심장은 희한하게 차갑더라고요? ㅋㅋㅋ

Like

myth4eb
Jul 23

누군가에겐 왕자님 같을 꽃소년도 아직은 짝사랑에 어쩔 줄 모르는 어린 소년이네요. 이렇게 상처 받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요?

저런 애달픈 구애를 받으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나넷은 역시 세계관 최강자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하게 됩니다 ㅎㅎ

Edited
Like
Replying to

나넷의 마음은 아직 아무도 모르지요 ㅋㅋㅋ 혹은 본인도 본인 마음 모르는듯 ㅋㅋㅋ

Like

여자입장에서 삐지고 남자친구들쪽이 쿨한 사이는 많이 봤는데.. 역시 나넷 매력쟁이에요!ㅎ 이모는 세상 쿨한척 하는 사람이라 삐지는거 못 하는 데 혼자 삐지고 혼자 사과하는 그 꽃돌이 모습 짠하긴하네🤣🤣

밑에 분 댓글처럼 나넷의 남자친구는 누가 될지 궁금해요!ㅋㅋㅋㅋ

Like
Replying to

9월이 오면 이제 교통정리가 어쩔 수 없이 되지 않을까 싶은... 또 저는 구경하는 입장에서 정리 안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기도 ㅋㅋㅋㅋ

Like

나넷의 팬으로서 저런 시크함도 매력입니다 ㅎ 멋진 나넷❤️❤️

Like
Replying to

아이 감사합니다^^ 얘는 아직 마음은 초딩인거 같아요 ㅋㅋㅋ

Like

goi211
Jul 22

프랑스판 응답하라 2024!... 나넷의 남편..아니 남친 찾기 요즘 너무 재밌습니다 ㅋㅋㅋ

어남테? 어남샤? 사랑의 작대기의 행방은 어떻게 될지... ㅎㅎ

근데 그 생중계 실시간으로 듣고 또 현장도 다 따라가는 오뎃 특파원 마음은 괜찮은지도 궁금합니다.

학창시절에 학원 가고 야자하던 기억밖에 없는 이모는 이 비현실적 하이틴 로맨스로 대리 만족하고 있습니다. 부디 애기들이 크게 상처 받지 않고 좋은 추억 잘 쌓았으면 하네요~


Like
Replying to

오기자는 괜찮습니다^^ 이 집안 여인들의 특징이 또 이상하게 공과사는 구별(?)하는? ㅋㅋㅋ 아무래도 언니가 딱히 그쪽으로 마음을 주지 않아서 안심을 하는 걸지도...

Lik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