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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방 스토리 - 공포의 야광조끼

그 차 사고가 나고 나서 우리 차가 아픈 모습으로 견인차를 타고 떠났다. 차 안에서 소지품들을 챙겨 잔뜩 들고는 택시를 기다리고 섰는데 짐을 하나라도 줄여보겠다며 남편이 우선 차에 있던 총 세 장의 야광조끼(사고 나거나 도로에서 자전거 탈때 입는 안전 조끼. 형광색임)를 35도 더위에 겹쳐 입고는 가장 아끼는 경찰 스타일의 레이밴 선글라스를 썼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시방 프랑스에서 가장 무섭다는 할렘 상 상 드니 한 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


18구에 살았던 경험으로 볼때 저들에게서 안전한 방법은 최대한 눈에 띠지 않게 몸을 사리고 있다가 그 동네를 뜨는 것 밖에 없다. 이미 우리가 이 동네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아본 거지들이 일차로 줄을 지어 동냥을 왔었고 있던 동전을 다 내어주고 나자 귀신같이 알고 더 이상 오지 않는다. 그러나 흰자위를 유독 번뜩이는 저 십대 남자애들은 내 가방에 상당히 관심이 있어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불편해져 갈 때 쯤 희한하게도 그들이 자꾸만 우리쪽으로 다가와 남편에게 무언가를 묻고는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대부분은 버스정류장을 묻거나 근처의 병원 정문이 어디쪽인지 등을 물었는데 시종일관 ‘나도 모른다. 나도 이 동네 처음이다’는 대답을 하던 남편이 드디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더운 날씨에 차 사고 나서 정신없어 죽겠는데 자꾸만 인간들이 와서 버스는 어디서 타냐고 귀찮게 하고 있으니까...


오늘 안에 죽어도 안 올 것 같던 택시가 도착했다. 마침 남편은 택시가 도착할때 쯤 또 길을 헤매는 한 흑인 아줌마에게 버스 정류장이 어디있는지 나는 도저히 모른다는 대답을 마지막으로 하는 중이었다.


“아니 대체 왜이리 나한테 버스정류장들을 물어대는지 모르겠어.”


혼잣말 반 투덜대면서 택시를 오르는 남편에게 기사 아저씨가 그 이유를 즉각적으로 알려준다.


“그리 프로페셔녈한 야광조끼를 세개나 겹쳐 입고 그 경찰들이 대대로 공동구매하는 스타일의 레이방을 끼고... 누구나 당장 믿고 싶은 복장을 하고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니?? 나도 방금 댁한테 주차장 입구가 어디냐고 물을 참이었는데요?”





그래,

차가 없으니까 다음날 부터 아이들 등교는 아빠와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으로 점철되었다. 학교까지 가는 길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빠는 철저히 각자 야광조끼를 착용하게 하고 야광헬맷도 챙겨 쓰게 했다.


딱 겪어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세상속의 비밀은 널렸는데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야광조끼를 날파리들이 환장하게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과 야광조끼와 날파리들의 로맨스따위는 죽어도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야광조끼와 날파리 사이의 커넥션, 비밀을 아는 선택받은 이가 되었다.


자전거를 멈추거나 속도가 늦춰지면 그들은 구름떼처럼 야광조끼 부녀를 에워쌌다. 그래서 그들은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만 했다. 즐기고자 했던 자전거 라이딩은 어느새 추격전이 되어갔다. 문제는 이 부녀를 반기고 걱정하는 이웃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냥 편하게 자기네 차 타고 슝 지나갈것이지 굳이 차를 세워가며 그들의 안부를 물었다.


“안 태워줘도 되겠어요?

나넷!! 오케이??”


그들의 친절함에 응답하고자 크로라란자 부녀가 멈추어 서서 반갑게 인사를 하면.... 그제사 이웃주민들은 알고보면 섬뜩한 날파리와 그들만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그들의 빠르고 편한 차를 타고 떠나갔다.


“안녕하세요, 마담 로샤!! 저희는 괜찮아요! 우린 꽤나 운동하는 기분으로 즐기는 중이라구요!!”


“악!! 어머.. 세상에... 이 날파리들... 헉... 그래, 나넷! 수고하고... 나중에....보...”


그렇게 동네 사람 몇이 비겁하게 도망가는 것을 바라보며 부녀는 다시 한 번 이미 따라붙은 날파리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하여 페달을 필사적으로 밟아야만 했다.


그래서... 무슈 라브르씨는 그날 아침 이 부녀가 왜 그리도 무례했나를 아직도 모르고 있을수도 있다.


“무슈 크로라란자! 차사고가 났다죠? 그래서 몸은 좀...?”


“아! 말걸지 마요!!! 나 안 멈출거에요!!! 아니 멈출수 없어요! 그런줄 아세요. 난 지금 쫓기고 있소!!! 몸이야 멀쩡하니 지금 자전거를 차속도로 타고 있는거 아니겠소!”


우리가 차를 다시 찾고, 야광조끼를 다시는 안 쓸 것 처럼 처박아두고 날파리로부터 자유를 되찾았을 때 쯤… 이 나라 곳곳에서 우체부들의 파업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요구조건은 하나… 배달 트럭의 색을 바꿔달라는 것. 참고로 이 나라 우편배달 트럭은 아주 아주 고운 샛노란 색이다. 말했잖아. 세상에는 날파리의 비밀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딱 두종류가 존재한다고. 우체부들은 진절머리가 난 것이다. 날파리와의 전쟁에…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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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aire


copy2580
01 déc. 2023

왜 코믹영화의 한장면처럼 생생하죠

웃으면 안될것같은데 웃음을 참을 수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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