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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bang Story12

21 April 2010



#68 프랑스는 산부인과 시스템이 겁나게 복잡하고 불편스러움


그 변태 의사는 검진만 하는 인간.


(재미난 구경은 다 하고 힘든 일은 안하는 … ㅡ.ㅡ)




피뽑고 뭐 검사하고 어쩌고는 저 인간이 준 처방전 가지고 랩에 가서 따로 해야함.


또 애 낳는거는 큰 병원 가서 해야 함.


나는 나이가 삼십 중반인데도 피 뽑고 주사 맞고 이런거 정말 싫음 ㅜ.ㅜ


어쨌건 피를 뽑아야 한대서(임신 중 피 세번 뽑았는데 이리 많이 뽑는지 미리 알았으면 절대로 임신 안했음 ㅜ.ㅜ) 랩을 고서방과 함께 갔음.


고서방이 프랑스 간호사들 장난아니게 까칠하니 마음의 각오를 하라고 했음.


나는 꼭 주사 맞기전에 간호사한테 구차하게 비는 습관이 있음 ㅜ.ㅜ


언니 꼭 살살~~


언니 안아프게요~~ ㅜ.ㅜ


나보다 열살이 어려도 주사 들고 있음 언니 … 주사만 살살 놔주신다면 엄마라고도 부를수 있음.


프랑스 간호사가... 무슨 여자가 키가 180인거임.


인상도 어젯밤에 남편이 바람난거 안 여자 마냥 사나왔음.


내 또 비굴하게 더듬거리는 불어로


나이스 하게 한방 부탁하여요~ 했음 ㅜ.ㅜ


근데 이여자가 씨익 웃더니 직각으로 침을 확 내리 꽂았음.


나 막 악 소리 지르고 거의 울뻔 했음.


고서방이 뛰어 들어와서 그 프랑스 간호사랑 급 싸우기 시작했음.


왜 애를 잡냐는중 당신 자격증 있는 간호사 맞냐는둥 오바도 그런 오바가 없음.


나 아프고 자시고를 떠나서 황당해 죽을 지경.


근데 이 간호사가 내 피 담은 병을 깬거임 ㅜ.ㅜ


분명히 일부러 그런것이 확실.. 그녀는 영화배우가 아니니까요 너무 티가 났으니까요 ㅜ.ㅜ


그래서 나 그날 피 한번 더 뽑았음….. 언제나처럼….. 땡스 투 고서방 ㅜ.ㅜ





고서방의 지름신은 진짜로 24시간 상주함.


어느 날 밤은 자다가 생생히 잠꼬대를 하는데


(나는 애 젖 주느라 강제 기상 상태 ㅡ.ㅡ)




꿈속에서도 뭘 지르는 중인지


아이 니드 스몰러 원!


(좀 더 작은거 뭘 지르는거야 ㅜ.ㅜ)


데빗카드고 크레딧 카드고 다 압수해서 질러봤자 별다방 커피가 다 인 신세로 만들어놔서 안심하고 지냈음.


돈이 없으니 쉬는 날에 몰도 잘 안가고 인터넷으로 아이쇼핑만 죽어라 해대다


어느 날 부터인가는 홈쇼핑에 빠졌음 ㅡ.ㅡ


어쩜 그리 나오는 제품 마다


'아 저거 진짜 필요한거네'


'저거 하나면 생활이 윤택하겠는걸?’


'저게 없으니 우리가 이리 고생을 하는거야'


'저 걸레 하나면 내가 청소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니가 언제부터 그리 청소를 잘했더냐… 그리고 마트 갈때마다 신식 빠이롱 걸레라며 주워 온것만 지금 천장 다락에 수북하다네 아… 그러고 보니 내 남편의 취미는 걸레 모으긴가? ㅡ.ㅡ 흠.. DVD모으기도 있고 양말 모으기도 있고(그렇게 바깥에서 양말을 새로 사 신어댐) 고무장갑 모으기도 있으며 벌레 퇴치용 스프레이도 집에 열몇개, 강력한 디쉬용 수세미도 8개(문제는 이걸 쓰고 새로 뜯고 하는게 아니라 한꺼번에 일시 오픈해 이거 썼다 저거 썼다 한다는거…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아 오늘은 샬랄라 하니 분홍이를? 아 오늘은 욕먹고 꿀꿀하니 초록색아 니가 도와주련? 등등 ㅡ.ㅡ 풋라커에서 바이원 겟원 하는 운동화 사모으기. 차량 악세사리 모으기



개 공 모으기 아기 양말 사모으기(인간아 애 양말이나 한번 제대로 신겨봐라) 아… 일일이 열거하자면 하룻밤을 읊을수 있을정도)


헉 저거봐 저 초록 봉다리 하나면 토마토를 거꾸로 키워 먹을 수 있어!!(혹시 홈쇼핑에서 보셨나요? ㅜ.ㅜ 신기하긴 합디다ㅡ.ㅡ)



난 이탈리안! 프레시한 토마토가 필요한 민족이지.(근데 너 주식은 오징어볶음이더라? ㅡ.ㅡ)


심지어는 한국 방송까지 섭렵하면서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 홈쇼핑을 눈에 조명켜고 보고 있음.


어느날은 햅쌀을 특가세일 한다는 광고가 나오니까 햅쌀이 뭔지 아는 그런 심오한 경지는 아닌지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국 방송은 쌀도 판다고 놀라와 하길래 저건 햅쌀이라는 것이다 맛이 더 좋긴 하 다고 했음 ㅡ.ㅡ


집에 쌀이 20키로나 있는데


자기 젊은 쌀 사내라고 늙어가는 마당에 쌀이라도 젊은거 먹자고 저녁 내내 졸라댔음.


정말 세상에 광고가 왜 존재하는지를 살아 증명하는 인간.


팔랑귀도 이런 팔랑귀가 없고 예전에 유행하던 3초 삼겹살 만큼이나 얇은 귀 ㅡ.ㅡ


내 안그래도 홈쇼핑에 미쳐 날뛰는 통에 귀찮아 죽겠던 차


게다가 홈쇼핑이 시작되면 홈쇼핑 내내 같이 흥분 상태로 떠들어댐.




방송 : 이거봐라! 이 공구 하나면 니가 빌빌 약골이라도 살짝만 손만 대면 이렇게 샤워 꼬다리가 딱 떨어진다!! 봐라봐라!! 신기하지?? 갖고 싶지??? 전화를 해야겠지???


고서방 : 저거봐라 저거봐라!! 저 공구 하나면 내가 힘들이지 않아도 샤워 꼬다리를 바꿔 달수 있겠지?(아니 샤워 꼬다리 갈아 낄 일이 그리 자주 있는 일인겨??? )봐라봐라!! 진짜 신기하다!!! 갖고 싶다!! 전화기 어딨노!!


위의 다이얼로그는 요만큼도 오버를 하지 않은 순정임을 알려드립니다.


저런식으로 방송이랑 주고 받고 대답을 하면서 무슨 따라 읽기도 아니고 방송 한번 고서방 한번 똑같은 문장을 내 머리에 세뇌 시킬라고 난리 법석.


그런데 좀 떠들어 댄다 해서


어차피 가지지도 못할거 갖고 싶어 지 에너지 지가 좀 잡아 먹겠다는데


그거 가지고 싸우기도 거시기 해서 그냥 방관중이었건만…


드디어 일이 터졌음 ㅡ.ㅡ


20분 전 있던 실제 상황


처음부터 포스 강렬한 홈쇼핑 광고 등장(그만큼 유치뽕이란 말씀 ㅡ.ㅡ)


땅딸하고 사고 잘치게 생긴 남자가 동전으로 차 옆구리를 찌익~~ (아 진짜 듣기 싫은 소리.. 나 학교 다닐때도 무조건 제일 싫은 선생이 분필로 칠판 삑사리 자주 내는 선생이었음 ㅜ.ㅜ) 그으면서 등장.


배경은 동네 파킹랏. 땅딸 사고쟁이 룩의 주인공 남자는 필시 공장 주인. ㅡ.ㅡ공장 주인 친구가 8미리로 찍은 듯한 저질 화면의 광고.–



완전 신난 표정으로 놀랐냐며 오바떰.


(시작부터 심장긁는 소리 내고 난리야 ㅡ.ㅡ)




이미 옆에 고서방은 오오~ 왜 저래 왜저래~ 어쩔라고 저래! 리액션 장난아님.


누가 들으면 우리 스릴러나 하드 액션 무비 시청중인줄 알판. ㅡ.ㅡ


고서방이랑 통화라도 하는 것 처럼 방송의 그남자


걱정을 말라며 안심을 시킴.


고서방 한숨 돌린듯 진짜로 숨을 내몰아 쉼.. 환장할 노릇.


어떤 영화보다도 홈쇼핑 몰입이 제일 잘되는 인간.


남자 기다렸다는듯 기적의 프로덕트 소개 시작.


물약 같이 생긴걸 쓰윽 바르니까 흠집이 감쪽 같이 없어지는 마술을 선보였음.


고서방 박수를 치고 있음.(아이 스웨어… 저도 창피해요 이인간 ㅡ.ㅡ)


바로 저거. 기적의 제품. 내가 저걸 기다렸다!!


번호가 뭐라고? 번호도 쉽다! 에잇원 에잇~ 지로지로지로~ 원에잇나인에잇(진짜 번호 아니에요… 이런식이었다는 설명 ㅡ.ㅡ)


지로지로지로~ 원에잇나인에잇 (반복 학습)


오케이!! 아이 캔 리멤버 뎃 넘버 뽀에버~~ 수퍼 이지!!


이븐 데얼 넘버 이즈 이지!! 데이 알 굿!! 릴리릴리 구웃~


(어느 they? 저 땅딸보랑 친구 카메라맨? ㅡ.ㅡ)




이러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


이건 뭔 시츄에이션?? 내가 저걸 기다렸다????


나의 촉은 그 마지막 문장에 날카롭게 내리 꽂힘.


참고로 고서방의 차는 작년 9월 우리가 LA에 도착하자 마자 뽑은 완전 새차임.


그런데 도대체 왜 !! 어찌하여!!! 저걸 기다린건가????


그러고 보니 내가 저인간의 차를 자세히 본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음.


박수 치느라 정신 못 차리고 벌떡 일어나 있는 인간의 뒷편 카우치를 밟고 서서 급작스럽게 목조르기 기술에 돌입.


애가 자고 있으니 우리 큰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해결하자고 귀에 속삭였음.


( 아 그와중에도 간지럽다며 낄낄대는 사태 파악 못하는 정신머리)


..


이미 뱉은 말…


아니라고 해봐야 내가 후레쉬 들고 차고로 뛰어 갈거 잘 아는 고서방.


방금 그 해피한 표정은 간데 없고 다 죽어가는 상.


사실은 이 주 전에 옆구리를 긁었다는 것!!!


얼만큼 긁힌거야!!!


그렇게 심한거 아냐.


어디 기어 들어간데는 없어???


없을… 껄?(진짜 마음에 안드는 답변… 긁어 놓고 그닥 신경도 안쓴것이 분명)


드디어 분노 폭발(자는 애는 까먹은지 이미 오래)


누가 긁었어!!!!!!(옆집 미구엘씨가 ‘내가 한거 아니라’고 대답할 정도로 큰 목소리로 질렀음)


내가!!!!!!


(갑자기 커진 내 목소리에 놀래서 지도 대빵 크게 대답. 하자 마자 움찔해서 바로 수비태세… 어디서 잘했다고 큰소리야!!이게 자랑이냐)


나 급 흥분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그 땅딸보가 전화번호를 마지막으로 외치고 우리의 전화를 지금 바로 기다린다며 눈웃음도 다정하게 빠빠이를 하고 있는거임.


빨랑 전화해!! 저 기적의 프로덕트 사자 사자!!어서 빚(데빗) 카드로 사자!!!


나 막 애절하게 소리쳤음.


고서방 신나서 소파에서 책상위 전화기까지 딱 두걸음만에 도달!


간만에 뭐 지를때만 선보이는 축지법 작렬(보통은 네걸음짜리임)


그 와중에도 기적의 프로덕트라며 오 인크레더블~ 땡스 갇~ 메르씨! 연발하면서 전화기 자신있게 뽑아 들었음.


그런데 돌아오는 걸음은 보통 네걸음을 넘어서서 8걸음 반 인거임.


시선은 완전 전화기에 고정…


얼굴에선 수학문제 푸는 진지함과 고뇌가 엿보였으며


손가락을 키패드 위에 열심히 놀려보는걸 보니 이미 아리까리를 넘어서서


이번호도 맞는듯 저번호도 들어본 듯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 ㅡ.ㅡ


나….마음속 깊이 이미 알고 있는 정답… 그렇지만.. 혹시나… 한번만 더 물어보았음…


인간아… 너 전화번호 까먹었지? ㅡ.ㅡ


아까 뽀에버 안까먹는다 어쩐다 흥분중 방언한거 같은데?? 흠.. 하긴 마누라 생일도 물어볼때마다 다른 인간이.. (이건 날짜 틀리는 수준이 아닌 달도 지 맘대로… 나를 여름에 낳았다가 겨울에 낳았다 가 함)




요즘도 둘이서 눈이 빨개서 그 광고 다시 안나오나..


딴집은 본방송 사이사이 너무 자주하는 미국 광고 짜증난다 할텐데


우리는 광고 시작하면 오예오예 광고다… 그 땅딸보 마술사 나오나 잘봐라!!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집중모드.


사고 잘치게 생긴 땅딸보 그리워 상사병 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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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meow7
Dec 05, 2023

아젤님의 고서방 스토리는 정말 시트콤급으로 재미나요. 벌써 십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지만, 종종 고서방 스토리 모든 에피소드가 100% 실화라는 게 믿어지질 않을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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