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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bang Story – 72

14 January 2011


#185 내가 누구 머리를 분석할 주제는 못되지만 내 남편이니까 마음대로 좀 분석을 해보면


이 인간은 언어 감각은 타고 났음.


대부분 기억력 진짜 없는 편인데 희안하게 말은 한번 배운건 안 잊는 특성이 있음.


그런식으로 한번 주워 들은 단어는 기억을 하는 편이라서 문법을 갖춘 고급스러운 문장은 완성을 못하더라도 대충 뜻은 통하게 말할줄 아는 재주가 있음.


한인 마트에 가면 주차장에서 화살표 방향 거꾸로 읽는 희안한 많은 한국 아저씨들이 계심.


그런 아저씨들에게는 당당하게 한국말로 외치고 있음.


“아~ 아조씨!! 차빼!!”


그랬음.


주로 개 전용 한국말과 주차 및 교통 분쟁시 유용한 생활 한국어들에 능통해 있음.


당장 서울 한복판에 떨어뜨려놓아도 한국말로 싸울수 있을 기세.


또한 식당에서


“아줌뫄~ 이거 맛이쏘요~ 더 주세요~”


와 같은 생계형 반찬 리필 문장 구사도 가능함.


문제는 잘한다 잘한다 해줬더니 잔머리 믿고 체계적 공부는 손놓은지 오래되셨음.


나는 참 평범하고 소심한 인간이라 애가 자랄수록 걱정이 새록새록하여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는 경우가 많음.


그중 가장 큰 걱정이 언어 문제임.


욕심이지만 애가 3개 국어를 다 잘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음.


애는 그리 클수도 있을것 같은데 문제는 애가 좀 크고 나면 어미인 나를 무시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음.


영어도 불어도 네이티브가 아닌 엄마를 혹여 무시하거나 나 못알아듣게 아빠랑만 불어로 떠들어댄다거나 할까봐 …


그래서 아이폰 어플도 불어 공부 관련된것만 열개를 깔아놓고 온갖 불어책은 다 쌓아둔채 짬 날때마다 공부를 해대고 있음.


덕분에 가끔은 남편도 놀랠만큼 너 그 표현도 알아? 할정도 경지가 되어 가고 있는중.


좀더 열심히 하면 딸한테 무시는 안당할듯…


너도 한국어 공부좀 하라고 잔소리는 한적 없음.


다 지 팔자 지가 만든다고… 베짱이 짓 하다가 애가 커서 나랑만 한국말로 떠들어대면 그 소외감은 자기가 받아야 할터.


이런 말 조차 하지 않았음. 사실 한국말로 후에 딸이랑 둘이서 아빠 뒷말하는 재미도 쏠쏠 할것 같아서임 ㅡ,.ㅡ


그런데 게으르되 멍청하지는 않은 이 남자가 스스로 그 사태를 예감하기 시작.


차에도 한국어 공부책을 비치해두더니 자꾸 5살 꼬마처럼 왜? 왜? 왜? 를 입에 달고 살기 시작했음. 굉장히 피곤함.


알다시피 한국말은 왜 그런 표현인지를 설명하기가 애매한것이 참 깔렸음.


돈 받고 하는 과외도 아닌데 뭐 성심성의껏 가르치기도 좀 귀찮은게 사실.


설명하다 막히면 무조건 아 그냥 그런거야. 외워!!를 주구장창 외치고 있음.


(사실 고백컨대 예전에 돈받고 한 수학과외에서도 가르치다 가르치다 안되면 그냥 외우거라 제자여~ 한적 많음 ㅜ.ㅜ)




며칠전


남편이 마시던 콜라에 관심이 쏠린 딸이 자꾸 캔을 집으려니까 남편이 못하게 하고 있었음.


그런데 우리 애는 요즘 들어 가끔


“왜?”


할때가 있음.


처음 들었을때는 기절하는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지네 아빠가 내내 나를 쫓아다니면서 왜? 왜? 하는걸 보고 배운 모양.


애가 또 왜? 이러니까 남편이


"뛰 에 트로 쁘띠뜨"



그러더니 바로 나에게 이걸 한국말로 하면 어떻게 돼? 하고 묻길래


"넌 너무 어려"


라고 가장 근접하게 말해주었음.


오 쉽다며 자기가 모르던 표현은 "어려"


라면서 외우기 시작.


어제밤.


남편이 퇴근하고 나넷과 눈높이에 맞춰 재미나게 놀아주고 있었음.(뭐 굳이 눈높이 낮출 필요도 없는듯함. 수준이 똑같음 ㅡ,.ㅡ)


남편은 나넷을 종종 “오~ 쁘띠뜨~”(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꼬맹이~)


라고 불러댐.


주구장창


쁘띠뜨~ 비엥이씨~(꼬맹이 이리와~) 쁘띠뜨~ 아레뜨!(꼬맹이 그만해~)


해대더니 갑자기 한국말을 써먹어야 겠다고 생각한 모양 ㅡ,.ㅡ


그러더니…이후 새로이 주구장창…


오~ "어려~” “어려~ 이리와~” “어려~ 고만!”




ㅡ,.ㅡ


명사가 아닌 ‘어려’의 쓰임새 때문에 그날 한시간 넘게 강의 들어갔었음 ㅜ.ㅜ


난 너무 피곤함 ㅜ.ㅜ



남들 하는건 다 해봐야 하는 얼리 어댑터이자 패션의 선두주자 고서방님께서 이번에 가내로 유입한 것은 다름 아닌 “독감”되겠음.


문제는 그 ‘유행’은 너무도 독하여 가련한 임산부와 한살배기 딸에겐 너무한 시련이었음.


남편이 이틀간 심하게 앓더니 나넷이 아프기 시작했음…


손가락도 제대로 안들어가는 작은 콧구멍에서 끝도 없이 콧물이 나오는데 너무너무 안쓰러움


아기가 한 삼일 아플시점 나도 슬슬 신호가 오기 시작했지만


아프고 싶어도 제대로 아플수도 없음 ㅜ.ㅜ


애가 아프니까 내 몸 아픈거보단 돌보는게 우선임.


난….’엄마’…. 세상에서 제일 가혹한 직업인줄 몰랐음…


심해지는것 같아 소아과로 달려가니 해줄수 있는게 없다함? 아니 미국 소아과는 왜 이런거임? 한국 소아과에서는 주사도 주고 한다는데…


이놈의 미국 소아과는 백신은 한꺼번에 부페식으로 다양하게도 놓아대더니 그리고 아플지도 몰라 라며 무책임한 소리 날려대더만… 정작 아파서 데려가니 해줄게 없다니!!


완전 분개해서 돌아왔는데 한 이틀 더 지나니 애는 다행히도 약간의 차도가 보임.


그래서 조금 안심을 하니


내가 완전 맛이 갔음.


나이 서른 훨 넘어서 아파 엉엉 울어보기는 또 처음인듯.


너무너무 아파서 야밤에 엉엉 울었음. 그리고 당장 후회했음. 괜히 울어서 코는 더 막히고 진짜 숨이 안쉬어져서 죽을뻔 ㅡ,.ㅡ


하여간 숨만 붙어 있는 기침하는 시체 형상으로 침대에 늘어져 있는데 조금 기력을 차린 꼬마가 내 화장품 파우치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것이 보임. 하지말라고 말할 기운도 없음. 하는양을 보고 있자니 파우치 지퍼를 능숙하게 열더니


아무렇게나 파우치를 털어댐.. ㅡ,.ㅡ 안에 있던 화장품들이 막 쏟아져 나와 매트위를 굴러댕기는 가슴 아픈 광경을 속수무책 보기만 해야하는 상황.


몸만 멀쩡했으면 한소리 해줘야 할 상황임.


빈 파우치를 들고 활개를 치더니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떠나심.


곧 이어 돌아오더니 굳이 침대위 내옆으로 오겠다고 난리…


남편이 고집을 못이겨서 올려주니까 파우치를 다시 내 앞에서 열어보임.


파우치 안에는.


자기 열날때 내가 먹이는 이브푸로펜 시럽, 그 시럽 먹일때 쓰는 주사기, 체온계, 두루마리 휴지, 콧물 빼내는 펌프가 들어 있음!!!


일일이 다 꺼내놓더니 시럽병과 주사기를 내 손에 쥐어주고 체온계를 켜서 어설프게 내 이마에 열을 재고,


사실 아기 아프고 나 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내가 왜 엄마가 되서 이 고생이냐고 엄청 후회했는데…


너무 감동해서 울뻔했음.


휴지를 딱 두칸만 뜯어서 자기 코에 흥! 하는 시늉을 한뒤 내 코에 대고 흥! 소리를 내고 있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마에 열도 짚어보고 할건 다하는 딸한테 감동받아서 남편을 쳐다보니


덩치만 큰 내 큰아드님은 이미 울고 있음 ㅡ,.ㅡ

댓글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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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eoeo8o
Nov 20, 2023

아이가 저렇게 한번씩 엄마 감동시키면 키우길 잘했다 싶을꺼 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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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저런 순간때문에 육아를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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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ya1004
Oct 26, 2023

예전에도 봤는데 확실히 세월이 흐르니까 닿는 부분이 틀리네여 ㅎㅎㅎ

그리고...저같은...나홀로족은 젤 공감가는게...!!!!

원래도 비염은 사는 내내 있었지만.....

40대 이후로는 계절성 비염땜에 숨막혀서 죽을거같아서.....

자다가 악몽꾸다가 공황때문에 깨고.....깨서는 공황 후...감정이 치솟아서 울고....또 울어서 코는 더 막히고.....못자고...못자면 담날 컨디션 최악.....아님...잠들어도 코 더 막히고...또 깨고..이런

바보같은 일상이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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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어떡해요 ㅜ.ㅜ 진짜 힘들죠. 항시 비염용 스프레이 준비해두시고요... 그리고 이 블로그에서 판매하는거 절대 아니고, 로얄젤리 도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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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omiya8947
Oct 26, 2023

나넷은 어려서부터 스윗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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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요^^ 지금 보니 그렇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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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orgeousyujin
Oct 21, 2023

'베스트 중학생'의 유구한 역사... 그의 한결같음에 독자는 감사할 따름ㅋ 고버지같은 분을 두고 우리는 '킹받는다'라고 하지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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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킹받는다 받아씁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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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bee
Dabee
Oct 11, 2023

아 지하철인데 어려 이리와~ 에서 깔깔대고 웃을 뻔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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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고서방 스토리를 옮기느라 저도 읽는데... 웃기긴 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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