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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bang Story – 71

5 January 2011



고서방은 영국 포토 에이전시에 속해 있음.


이 포토 에이전시는 뉴스에이전시인데 가끔 신작 영화의 세트 촬영을 하는 일을 맡길때가 있음.


이 남자랑 살기 전에 가끔 잡지에서 개봉전 촬영중인 영화 장면을 보거나 하면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영화사에서 미리 뿌리는 홍보쯤 또는 파파라치가 몰래 찍은 장면이겠거니 했음.


자세히 알고 보니 대부분은 짜고 치는 고스톱.


영화사에서는 미리 개봉 전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홍보 효과도 노리며 뉴스 포토 에이전시등에서는 잡지사에 넘겨 돈을 버는 그런 전략임.


하여간 이런 사진을 찍을 때의 기본은 항상 영화촬영장에서는 따로 사진 촬영중임을 최대한 모르도록 자연스럽게 주요 장면들을 찍어야 함.


어쨌건 얼마전에는 케이트 허드슨의 새영화를 찍으러 간 고서방.


위에도 말했듯 기본 룰은 최대한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찍어야 함.


그날의 미션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중 한 장면인


남녀 주인공이 허리 꺽이게 열정적으로 하는 키스신을 담아 오는 것이었음.


대포같이 큰 렌즈로 거리를 확보하고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던 고서방.


갑자기 렌즈 안에 수많은 인간들이 씩씩대면서 다가오는것이 보였다고 함.


그때까지 눈치 없는 이 인간은 아.. 남녀 주인공이 키스를 할때 뭔가 심사가 꼬인 군중이 와서 훼방을 놓는 그런 시나리오인줄 알았다고 함.(빈스 본과 오웬 윌슨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인간임 ㅡ,.ㅡ)


그런데 점점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이 더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이건 아니라는걸 안듯 ㅡ.ㅡ


알고보니 이 인간이


영화 장면 한 중앙에 대포같은 렌즈를 들고 자랑스럽게 서있었던 것임.


사태 파악한 고서방이 미안하다며 사죄하는데 뭐라고 하는 촬영감독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인간.


캐러비안의 해적 오디션 보러 갔을때 성난얼굴의 심사위원중 한명이었다고 함 ㅡ.ㅡ


알아차린 고서방이 그쪽도 알아차리기전에 얼른 자리를 뜨려는데


감독 역시 예리하게 알아보고 한마디.


너는 연기도 엄청 못하더니 눈치도 없다며 ㅡ.ㅡ


아 정말 창피스러 죽겠음.


그자리에 없고 얘기만 전해들어도 얼굴이 빨개지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의 남편임



남편이 어느날 부터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자꾸 해댐.


또 뭔가 덤벙대길래 좀 똑바로 하라고 잔소리하니까


넌 내게 자꾸만 ‘핸’을 주는 사람이라는둥


어머니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자기에겐 높은 ‘핸’이 생겼다는둥


빤스가 멍청한 짓 하길래 소리좀 질렀더니


너 왜 개한테 자꾸 “핸” 주냐는둥..


도대체 네가 요즘 들어 부쩍 사랑하는 그 “핸”이란 단어는 불어냐 영어냐 물었더니


넌 한국 사람이 “핸”을 모르냐며 안그래도 큰눈 쏟아지게 뜨고 난리.


정말 무식하다는둥


그 놈의 “핸”이 뭐냐고 물었다가 대학 졸업장도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음.


생판 처음 들어보는 단어를 한국인이면 다 아는 거라고 바락바락 우기다니…


대체 그래서 그게 뭐냐고!!!


막상 설명을 하라고 했더니 정확한 의미가 떠오르지 않는듯 엄청 고민하더니


이후 30분 가량 200개도 넘는 “핸”이 들어간 예문을 들어야 했고 드디어 “핸”의 정체를 밝혀냈음


그가 말한 그 “핸”은 다름 아닌 “한” 이었음 ㅡ,.ㅡ


대체 LA Times에서 어떻게 한에 대해 풀이한 글을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더러 정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말해달라는데… 오랜만에 느꼈음…


아무리 언어에 능통하게 되더라도


절대 말로는 100퍼센트 전달 할 수 없는 민족 고유의 감정은 분명 존재한다는거…


아주 감명깊게 읽고 이렇게 심오하고 멋진 감정이?


라고 느꼈다고 함 ㅡ.ㅡ


어떤 후회, 애절함, 뼈속 깊이 새겨진 짙고 어두운 슬픔 등등 최대한 의미를 전달해 보고자 했으나 남편이 절대 제대로 느낀 것 같지는 않음.


그는 그 나름대로의 새로 해석한 “한” 이라는 단어를 여전히 주구장창 여기저기 써먹어대고 있음…


방금도…


내가 며칠전부터 그렇게 블루 피쉬(고등어) 그릴드 해달랬는데 너 오늘도 그거 안해줬어. 오늘도 넌 나한테 “핸”! 준거야~


대략 아주 유치하고 저급하게 삐진 모든 상황에 우리의 고급스러운 단어 “한”을 마구 갖다 붙이는 중… 이거.. 제재 해야할라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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