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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이면 그들이 학교로 돌아간다.

그러니 나의 핑계도 끝이라 해야겠다.

시간을 어떻게 온전히 나 혼자 쓸 것인지를 계획해야 하는데...

다시 한 번 또 핑계를 대 보자면

진이 다 빠졌다고나 할까...


아홉 달 품고 있을 땐 내 영양분을 나누고

꺼내 놓고 나면 나의 인생을 모두 나누어야 하는 그런 존재를 셋이나 키운다는 것은

확실히 진이 빠지는 여정이다.


진이 빠지니까

가끔은 무얼 먹어도 맛이 없고

무얼 해도 재미가 없고

그 어떤 것에도 두근대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만히 짚어보면

진이 빠져 그렇다.


어렸을 때 아무리 되뇌여도 그 뜻을 알 수 없던 어떤 단어는 슬프게도 살아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진이 빠지다...

오늘은 이 말에 꽂혀 있다.


외국에 오래 사니 그렇지 않나... 곰곰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외국이거나 내 나라거나... 그냥 인간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 자체가 진 빠지는 그것이고

가족은 가끔 그 중에서도 최대로 내 진을 빠지게 한다.


가끔은

책 가득 있고

피아노 있고 따뜻한 물 실컷 나오고 먹을 걱정 없는 무인도가 있다면 기꺼이 살겠다고 손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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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유니스
Sep 15

아기를 보면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쁘고 모든걸 다 주고 싶지만 나만의 시간 나만의 무언가를 즐길시간이 없는게 너무 힘드네요ㅎㅎ

지나고 나면 이 시간이 또 그리워지겠죠?ㅎㅎ

더운 여름이 이제야 끝나가는것 같네요

아젤님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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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긍정적으로... 좋은 것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비단 태교할때 뿐만이 아닌 것을... 말만 이렇게 할 뿐 정말 잘 안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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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
Sep 11

많이 지치셨군요. 내 한몸 건사하는 것도 너무 힘든 일인데, "엄마"는 더 힘들거같네요. 저희 엄마도 가끔 '"엄마"하기 너무 힘들어' 라고 하시는데, 저희 엄마도 이런 마음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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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직업이 한번씩 너무 무겁고 힘드네요... 위로가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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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농
Sep 02

자식은 아홉을 가져도 남은 하나를 더 달라하고 부모는 열을 주고도 더 줄것이 없나 살피신다 하잖아요. 아젤님도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으셔서 한 번이라도 더 살펴봐주고 싶으신 마음에 아이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쓰셔서 그러신게 아닐까요. 아이들도, 가정도 중요하지만 본인께서 먼저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야 돌고 돌아 아이들과 가정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셔야 할 일들과 신경쓰셔야 할 일들이 너무 많으시겠지만 부디 건강 잃지 않으시길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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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따뜻한 말씀... ㅜ.ㅜ 진짜 눈물 납니다. 자꾸만 의욕도 기운도 떨어지는 중이었는데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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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211
Sep 02

가족 내에서 여러모로 아젤님의 맡으신 일이 너무 많으신 게 아닌가 하네요. 물론 멀티태스킹의 달인이시긴 하지만... 본인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시길 바라요. 자격이 정말 차고 넘치십니다! 아젤님 글이랑 영상 안 올라오면 고달파지는 팬들을 생각해서라도...ㅋㅋㅋ 퀄리티있는 나만의 시간 충분히 가지면서 쉬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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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따뜻한 댓글을 읽다가 울컥하는걸 보니 제가 좀 진짜 지쳤나봅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애들이 개학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넋 놓고 있을수가 없네요. 격동의 이야기는 팟캐로 곧 들려드릴게요. 정말 감사해요. 진짜 위로받고 안아주신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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