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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부터 18일까지 방송촬영 일정

미디어 출연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아주 까마득한 대학 1학년 시절에 남녀 대학생 20명씩 출연해 각종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일요일 아침 프로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한시간짜리 방송을 위해 일주일 합숙했던 기억.

연애 매칭 프로가 전혀 아니었지만 일주일간 지냐고 나서 많은 커플이 탄생했었지...

나도 그중 하나...

그 연애 이야기는 다음에 더듬어 보기로 하고, 이후 맘토닥톡이라는 작ㅇ느 프로에 프랑스식 육아법이라는 꼭지를 몇 주 했었다. 촬영 스텝이 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홈비디오를 찍어 보내주는 식으로...


그런데 이렇게 단독으로 우리만 찍겠다고 스텝이 열명이나 오는 촬영은 처음.

당연히 떨리고, 부담스럽고 그러면서도 한편 흥분되고...


신기하게도 우리는 이번달 초에 이 집을 여기저기 손보고 가구들을 바꾸기로 결정했었는데,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나넷의 생일 선물로 아이의 방을 메이크 오버 해주는 것이 계획이었다. 가구들을 주문하자마자 들어온 방송섭외. 느긋하게 방을 꾸며주려던 계획은 급박하게 흘러갔고, 서프라이즈는 물건너 가는…

약 나흘간 가구만 한 대여섯개를 조립하고, 엉망진창인 집을 정리하고, 구석구석 청소하고…

막바지에는 이러다가 촬영팀 오면 침대에 드러누워서 ‘오셨어요…’할 판이라고 우스갯 소리를 했었다.


여기는 우리 멤버들만 비밀스레 모이는 곳이니 털어놔야지.

프로그램명은 ‘사랑은 아무나 하나2’, TV조선에서 하는 부부 프로그램. 솔직히 다른 부부 일상이 궁금하지 않아 본 적이 없던 프로인데 방송 출연을 앞두고 예습을 했다고 해야할까.

첫 회부터 쭉 보기 시작하는데 점점 주눅 들고, 잘 사는 사람은 왜 이리 많으며 집들은 어쩜 저리 모델하우스같이 깨끗한가. 중간에 작가에게 우리집은 저렇지 않은데 나와도 되는거 맞냐고 묻기까지…


그러다가 그냥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런 사람들만 사는건 아니니까. 우리 같이 좀 어수선하고 잘 살지 않는 국제 커플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산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니까.


본 촬영은 목요일부터 시작되었는데 수요일 밤에 짐도 풀지 않은 스텝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아침 장면을 찍기 위해 카메라들을 미리 설치하고, 목요일 첫 촬영 일정은 10시반에 파리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부터 촬영.

당연히… 날씨가 역대급이지.

우리 운이 그렇지 뭐…

비바람 그렇게 세차게 몰아치는 겨울은 처음이고, 밥통 같은 프랑스인들이 여기저기 엉망으로 운전해서 들이받아 고속도로가 아침부터 그냥 주차장… 도착하니 11시 반이고 일정은 꼬이기 시작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마레에 있는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 한 켠을 우리가 다 쓰고, 원래는 일반 손님 없는 시간에 찍고자 했으나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결국 일반 손님들도 우리를 구경… 어떤 프랑스인들은 우리 사진을 찍고. 자연스레 식사하고 대화하라는데 사방을 둘러싼 이따시만한 카메라들. 대체 내가 뭔 소리를 했었나 기억도 안나고, 신경써서 입고간 옷도 그게 최선이었나 자꾸 후회되고…

식사후에는 나넷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전통 프랑스 문방구를 방문하는 일정.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쇼핑은 너무도 신나는 나. 그때 잠시 카메라를 잊었다 ㅋㅋ

우리 식사 촬영후 잠시 스텝들의 점심식사시간 동안 기다리느라 들른 인근 갤러리.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고 들어간 갤러리의 작품은 난해하기 짝이 없고…그 와중에 이 열쇠를 보다가 든 생각.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무용진물일 수 있는 물건이 아닐까.

열 자물쇠가 없으면 의미를 잃게 되니까… 어쩌면 사랑도 이런 모습이 아닌가.

이 남자는 멋 부리느라 산드로 부츠를 신고 나섰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온 파리 돌바닥에서 호랑나비 춤을 한 대여섯번 추는 의도치 않은 몸개그… 참 다양하게도 부끄러운 남자다.

생일선물 쇼핑 다음 일정은 쥬얼리 제작의뢰를 위해 들른 아뜰리에. 몇 년을 친구처럼 지내는 알렉산드로는 카메라들이 들이닥치자 귀까지 빨개진다. 다행이다… 카메라가 무서운건 우리뿐이 아니구나.

지나가다 본 다른 갤러리의 날개를 단 남자… 나는 내 딸의 날개시리즈가 더 좋다.


파리 일정이 끝난 시간이 오후 네시.

이미 발렌티나가 마치는 시간인 네시 반은 불가능하다. 미리 방과후 클라스에 남아 있을테지만 출발후 마레를 빠져나오는데 한시간이 걸리는 꼬라지를 보자 미친듯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이러면 학교가 아예 마치는 7시까지는 불가능이다. 파리를 빠져나오는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리고… 결국 버스타고 오고 있을 큰 딸에게 전화. 동생좀 데리러 가달라했더니 이미 우리집 정류장에 내린 상태란다. 결국 커다란 백팩을 맨 중학생들이 비바람을 헤치고 다시 초등학교까지 걸어가 발렌티나를 데리고 다시 셋이서 걸어와야만 했다. 게다가 나넷은 우비도, 우산도 없었다… 막히는 차 안에서 패닉이 오면서 울뻔…

둘째날, 금요일 일정은 아이들의 스케줄.

촬영팀은 6시전에 이미 도착해서 셋팅하고 있고, 그 어수선한 와중에 우리는 또 우리의 일상을 진행해야 하고… 아침 식사장면도 카메라 세네대가 붙고.

큰 애 둘이 등교를 하고 발렌티나 소변검사 연구소 방문, 이후 발렌티나의 발레 개인교습 촬영. 캬롤린은 카메라들이 많이 오자 매우 신나했다. 선생님과 단 둘이 하는 발레수업은 예뻤다. 30분정도 수업을 진행하고 발렌티나, 캬롤린 그리고 우리들의 인터뷰 일정.

첫째날의 착장

발레스쿨에서 피디님과

카메라가 다섯 대나 있고 스텝이 그리 많은데도 전혀 떨지 않던 꼬마

나보다 훨씬 나은 여덟 살

안 본 사이 아이의 실력은 정말 놀랍게 발전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게 왜이리 저렸던지… 내 딸은 어리지만 나보다 강하고 나보다 깊다.

유독 발렌티나를 예뻐해주시던 담당 피디님. 동향이라 더 반가웠고 두고 두고 생각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저녁 일정은 큰 딸들의 가라데 도장 촬영.

쇼를 위해 관장 사이드씨는 가라데장의 유명한 검은띠 남학생들 중 가장 인물이 출중한 금발 앙뚜안을 골라 나넷과 대련을 시켰는데 15살 오빠는 당연히 나넷이 돋보이게 살살 대해주고 져주고…

대련이 끝나고 나서 잔뜩 화가 난 나넷은 오빠에게 따지고 있었다. 왜 일부러 져주냐고… 소녀야… 제발… 현실과 방송 구분 좀… 끝나고 가라데 팀들 다 같이 한 컷

그리고 마지막 날은 가족들 하나 하나 속마음 인터뷰. 꽤 시간이 걸렸고 나넷의 생일 파티 장면. 남편과 음식 하다가 카메라 잊고 진심 화 났던 나… 여자가 드세다는 둥 악플이 밀려오는 느낌…


이 개는 첫날에는 본인 영역 침입한 낯선 자들에게 경고를 마구 날렸지만 이내 적응, 모든 스텝들의 귀여움을 받았다. 그렇게 사흘간의 일정이 끝나고… 결국 드러누운 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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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Comments


eoeo8o
Nov 24, 2023

너무 기대되요! 사랑은 아무나 하나 좋아하는 프로그램인데!!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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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member
Nov 23, 2023

이런 생생한 후기라니...! 읽기만 해도 촬영내내 최선을 다하느라 힘드셨을 아젤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방송이 궁금 볼 수 있는 방도를 찾아서 꼭 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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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890501
Nov 22, 2023

저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인데 꼭 본방사수할게요^^ 기대되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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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ania
Nov 22, 2023

글만 봐도 아젤님 지쳐 쓰러지실만하네요.. 하지만 로열젤리의 도움으로 기운차리셨겠죠??? ㅎㅎ 방송 어서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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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isongyi
Nov 22, 2023

즐겨보는 방송인데 너무 기대됩니다 ^^ 아젤님 우산과 착장 너무 완벽히 이뿌네요!! 고서방님 패션도 최고!! 방송 언제나오는지 공지도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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