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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11 –꽃소녀 나넷

이웃집 아줌마가 오늘도 나넷을 “he”라고 불렀다… ㅡ,.ㅡ



꽃하나 귀에 꽂고...



나름 조신하게...


왠지 서사모아 처녀 삘도 나고...


제법 소녀티가?



그나저나 저 앞머리는 언제 수북해질것인가...


정신없는 일요일.


아침에 뒷뜰 동물원을 딸의 요청에 의하여 활짝 개방하고 개들을 놀리는 재미로 깔깔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앙꼬가 놀이에 동참하지 않고 뒷문쪽으로 가서 킁킁대기 시작.


갸냘프에 밖에서 “냐~옹….”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 고양이가 앙꼬여사를 방문하러 왔나 했는데…


곧이어 낯선 여자가 문을 두들기더니 혹시 너희 고양이 키우냐고 물었다.


남편이 무슨일이냐고 나갔다가 한참을 돌아오질 않고


궁금해져서 나넷이랑 나가볼까 하다가 말았는데…


집앞 대로에서 운전중이던 그 여인이 고양이를 쳐서 죽인 사태 …


고양이가 차에 치이고 비틀거리면서 길을 건너 우리 집 뒷문앞에서 생을 마감하신것.


우리가 들었던 그 “냐~옹”이 마지막 유언…


근처의 두 세집을 탐문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함…


이웃 제이슨의 와이프가 하루에 두번씩 자기가 밥을 나눠 주던 길냥이라고 확인….




주인 없는 고양이라서 다행이라는듯 살냥 운전자는 금세 자리를 떴고 남은 우리가 애니멀 컨트롤을 부르는 어이 없는 사태


왜이렇게 양심을 모닥불에 구워 먹은 인간이 많은지…


그보다도 고양이 죽이면 재수 없다는 한국 미신을 좀 전파해줄걸 ㅡ,.ㅡ


어쨌건 일요일 아침에 승천하신 불쌍한 냥이를 위해 다같이 묵념하고 나넷이랑 동네 커피숍에 가서 마음을 진정시킴.


원래 일요일도 일하는 남편에게 오늘은 왠지 정신 사나우니 나가지말라고 슬쩍 떠봤는데 그래야 겠다며 주저 앉은 남편.


지금 시각 4¨37…. 애보다 더 귀찮은 남편…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제안은 하지 않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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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9일 목요일에 덧붙임.

오늘도 아침 일찍 아기때 너를 만나러 왔어.
어떡하지? 내가 이 재미에 빠지게 되었나봐. 오늘은 눈을 떴더니 4시 40분... 이러다 잘 하면 3시에 일어날 판이야. 시시하고 뻔한 소리지만 내가 학창시절에 이랬다면 서울대 꼭대기 과들을 눈앞에 놓고 골랐겠다야...
나는 14살을 코앞에 두고 초경을 시작한 너와 살고 있어.더 이상 오디와 이층침대를 나눠쓰지 않는 너를 위해서 진짜 고심해서 공주 베드를 주문했었는데 결국 어제 완성직전 방 천장보다 높은 침대 기둥에 좌절했잖아... 우리는 리턴을 위해 풀때보다 딱 열배 힘든 재포장을 해야 했지.

"진짜 미안하다. 내가 천정보다 높은 침대 기둥이 있을줄은 생각을 못했네..."

두 시간의 공들인 시간이 수포가 되었는데도 너는 그러더라.

"그게 왜 엄마 잘못이야? 낮은 천장 방을 고려하지 않은 이 건방진 디자이너나 이 집을 이따위로 만든 건축가 탓이지. 어찌되었던 엄마 탓은 절대 아냐."
무거운 침대부품들을 다시 들어 있던 박스에 진짜 힘들게 넣을때도 은근히 힘이 센 네가 자랑스럽더라고. 하느님은 참 세심하시기도 하시단 생각을 문득 했다. '내 뒷통수는 왜이리 절벽인가' '내 얼굴은 왜이리 큰가' '나는 왜 크다 말았나...' '난 왜 이리 힘도 없을까...' 무엇보다... '난 왜이리 비관부터 하는걸까' 내가 원한 그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난 너. 너는 늘 그렇듯 내 태양이다.
댓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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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copy2580
Nov 16, 2023

나의 그늘에서 비와 바람을 피하던 작은 생명체들이 이젠 나에게 포근한 햇살이 되어주네요

덥지도 춥지도 않을 딱 행복할 만큼의 따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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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oserstar
Nov 09, 2023

"나의 태양" 이 말에 왜 이리 눈물이 나나 몰라요. 우리엄마가 나를 이렇게 키웠을텐데.. 또 지금 나도 우리 자식들을 그렇게 키우고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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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ari1979
Nov 09, 2023

든든한 나넷♡♡ 마음 이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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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bee
Dabee
Nov 09, 2023

커서 이 글을 읽을 나넷이 너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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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아이가 나의 모든 글을 읽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다비님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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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dwns8857
Nov 09, 2023

11년도에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제안하지 않겠음" 에 육성터지게 웃으면서 글을 내리는데

따스한 느낌을 받고말았네요...그랬군요 태양이 있어서 그 태양이 이 싱그러운 따스함을 글에 묻혀 놓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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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아름다운 표현^^ 아침부터 웃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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