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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5.11 또 한살 먹기 전 날….



아침 쉬프트 하기 싫어서 요즘 내가 눈뜨기전에 잽싸게 집을 떠나고 없던 고서방이 오늘 따라 애랑 느즈막히 하품 하면서 거실로 나가니 뭔가 불안정한 상태로 왔다갔다 하고 있음.


요즘 우리애는 점점 진화… 약아지고 있음 ㅡ,.ㅡ 내가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서 눈 감은채로 “엄마 뽀뽀한번 해주면 일어나지~ ” 이랬더니 이제는 요구하기전에 숨막히게시리 내 얼굴에 자기 얼굴 을 있는대로 뭉개고 있음 ㅜ.ㅜ




너 왜 아직도 일안나갔냐! 했더니 우물쭈물 누굴 만나고 나가야 한대나? 어쩐대나?


이 인간이 이런식으로 나올때 만나야 하는 그 분은 두 종류임.


나 몰래 또 교통 티켓 끊어서 내가 발견하기 전에 먼저 인터셉트 하려고 우체부 아줌마를 기다리던가


또 나 몰래 뭘 질러서 택배 아저씨를 만나야 하는 경우.


우체부 아줌마는 2시에 오는걸 아는 고로 이번 경우는 당연히 택배맨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간단히 간파됨.


자기딴엔 연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


애써 쿨한척 하고 있지만 똥 마려운 누구처럼 완전 정신 사납게 난리임.


대체 얼마짜리를 이번엔 질렀나.. 나도 같이 x 마려울 지경…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페덱스 젠틀맨 도착.


고서방이 싸인을 하는 동안 미친듯 박스를 낚아채서 뜯어보려 했으나


인간이 평소 답지 않게 순순히 내놓지 아니하고 큰키를 이용하여 치사 빤스 하게도 높이 들어올려서 머리위에서 손톱으로 마구 박스를 뜯는 신기한 재주를 선보임.


산전 우울증이 순식간에 100을 가뿐히 넘으며 나도 모르는 내 안의 괴력이 솟구쳐 올라 인간의 엉덩이와 하복부를 강타했으나 그새 단전 호흡이라도 연마했나 끄떡을 안함.


박스 뜯기를 끝내고 혼자 뿌듯해 죽는 얼굴로 뭔가 불길한 예감의 작은 갈색 박스를 꺼내 나에게 건넸음….


내 없이 살아도… 꼴에 이래저래 아는건 많아… 그 갈색 박스를 보는순간… 우리 형편에 맞지도 않는 명품 브랜드 반지 케이스임을 바로 알아보았음.


갑자기 역류셩 식도염이 도지고 머리속에 계산기가 돌아가고… 차라리 이거 사줄바에 아이패드나 아이맥이나… 기타등등… 그런거 사주지 ㅜ.ㅜ 이런 생각들이 뭉게뭉게…


티는 못내고 받아 들어 열어보니 이쁘긴 하다만 막달 임산부의 한껏 부은 손가락에 들어갈리 없자나 ㅜ.ㅜ


출산 후 특이하게 손가락 다이어트부터 해야할판임 ㅜ.ㅜ


이렇게 만든게 내 탓이니 어쩌겠느냐…


무슨 말인고 하니..


처음 사귀고 나서 고서방이 맨처음 내게 건넨 선물은 블루 투스였음 ㅡ,.ㅡ(전화 하도 안받는다 뭐라하길래 대충 맨날 운전중이었다고 둘러댔더니 빼도 박도 못하게 하려고 블루 투스를 사주고 아침에 출근할때 귀에 블루투스를 다정하게 끼워준 인간임… 하루종일 영업맨처럼 블루투스를 끼고 다니던 그시절)


그다음에 사준건 아이팟이었음. ㅡ,.ㅡ


그다음엔 올림푸스 똑딱이 카메라를 사주었음.


이때쯤 한번 왕 짜증을 냈음… 내 아무리 쿨한 신여성이기로써니… 나도 좀 반짝이고 작은거 받고싶다고!!


나도 내 친구들한테 내 남친이 요렇게 앙증맞게 빛나는 뭔가를 사줬네? 이렇게 자랑좀 하고 싶다고!!


그 이후… 그는…..


말을 너무 잘들어서.. 실용적인 물품은 더이상 선물하지 않았음


프로포즈도 베버리에 있는 얼토당토 안하게 비싼 쥬얼리샵에다가 지가 직접 디자인한 팔찌를 주문해서 해주질 않나..(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때도 형편이 그닥 안좋았음 ㅜ.ㅜ)


그 이후로도 받을때 심한 편두통도 같이 발생하는 신기한 반짝이는 물건들을 안기더니..


내가 또 이럴까봐 한달전부터 난 이제 생일따위 챙기지 않을거라고 진심으로 공표했는데..


그래도 이왕 받은거니까 마구마구 행복해해야지~~ 하고 마인드 컨트롤 한 그순간에.. 미쳐 고서방이 처치 못한 페덱스 박스속에 있던 하얀 인보이스지….


이 반지….. 죽어도 빼지 말아야할듯..


유서에도 써야지..


내 딸들 절대 이거 건드리지 말고 나 죽으면 고대로 나랑 같이 묻어라…


같이 왔던 브라운 케이스는 이미 나넷씨가 안에 자기 과자를 잔뜩 뿌셔 넣고 자기꺼라며 기뻐하고 있는데다..


이런 허황된 브랜드제품에겐 생명이나 다름없는 작은 보증서는 …앞장 두장을 나넷씨가 뜯어 드셨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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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11시가 넘었는데도 딸이 잘 생각을 안함.


계속 자기를 안으라는둥..인형놀이를 하라는둥.. 남편을 못살게 굴었음.


참다 못한 남편이 (왠만하면 나보다 훨씬 쉬운 아빤데..) 애를 들쳐메고 크립에 감금 하였음.


이미 크립쪽으로 갈때부터 애는 자지러지게 울고 난리.


내가 쿨하게 경고했음.


2분 넣어놓으면 20분 지옥체험 하게 될것이오~~




설마!! 저러다 잘꺼야 하는…. 되지도 않는 희망 남발하더니만..


내말이 맞지.. 20분이 뭔가 30분가까이 되는 오열을 들어야 했는데


남편이 자꾸 이런식으로 받아주면 안될것 같다면서 애를 그냥 바닥에 내려놓고 무시하기 전법을 구사했음


난 막 울면서 돌아댕기는 딸래미가 안쓰럽긴했지만 배가 너무 무거운 거북이 신세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그 꼴을 보고 있었는데


애가 갑자기 울면서 자기 인형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 지만한 인형을 끌고 방문을 나서는것임.


남편이랑 좀 당황해서 너 어디가! 했는데


잡으러 나서진 않았음.


나가다가 우리가 별 반응 없으니까 다시 빼꼼 방을 들여다보더니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빠빠이를 하는거임.


푸하하하하 ㅡ,.ㅡ


자기는 떠나겠다며.. 다시 인형을 들고 또 서럽게 울면서 방을 빠져나가기 시작.


그제서야 남편이랑 나랑


나넷~~ 가지마~~ 제발 이리 돌아와~


애절하게 소리 질렀음.


너네 한번 봐준다는듯 너그럽게 다시 인형이랑 복귀한 나넷 ㅡ.ㅡ


웃기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남편은 내가 뻑하면 싸우고 차키 들고 가방들고 나가는거 보고 배웠다며..


담번엔 애가 지 차 시동도 걸꺼라며.. 다 내 탓이라고 난리.. ㅡ.ㅡ


뭔 소리래 에베베베~ 했지만…


사실 좀 찔렸음.. 다시는 집나가는 쇼는 하지 말아야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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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LA비가 와서..


감자 수제비가 무지하게 땡겼음.


왠지 수제비는 넘지 못할 요리 같았음 ㅜ.ㅜ


꼭 사먹어야 하는 종류라고 생각했는데.. 이 몸으로 나갈수도 없고 하여 도전.


멸치로 육수내고 조개로 한번더 육수내고



밀가루 반죽해서 감자랑 호박이랑 당근이랑 넣고 계란 하나 휘휘 풀어서 후추 왕 뿌려 맛나게 해먹었음.


미리 덜어서 애기도 수제비 처음 맛보여줬는데


처음엔 이 까탈이가 그게 뭐냐며 고개를 홱 돌리더니


제발 한번 맛이나 보고 거부하라고 성질내니까 맛한번 보고 난뒤 환장데쓰 ㅡ,.ㅡ

무슨 애기가 수제비를 어른 그릇 하나를 다 먹냐고요..


다음번엔 반죽을 넉넉하게 해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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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 무지하게 길게 쓰는듯 ㅡ,.ㅡ


저녁에 이거저거 하기 귀찮아서 애 먹는 이유식 리조또를 한솥해서 애비랑 애를 골고루 나눠 먹였다.


애는 그렇다 치고.. 애비를 그렇게만 주기엔 조금 양심에 껄쩍찌근 하여서 나 먹으려 또 끓인 조개 수제비에서 조개만 건져내서 리조또 접시 가장자리를 장식해서 줌.


단순한 인간… 세상에서 제일 맛난 리조또였다고 호들갑..


그래..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잘 감동하고 착하고 칭찬 자주 해주는 남편도 없을꺼야.. 그러니 내가 붙어 살지..(오늘 반지 받았다고 후한거 절대 아님.. 쿨럭 ㅡ,.ㅡ)


역시 수제비 먹으면 빨리 배가 꺼지는법…


10시 되었는데 갑자기 배가 허전한 것이...


남편이 어차피 먹을라면 지금 먹어야 한다고.. 배가 이리 엄청 나와있는 상태에서 좀 먹어준다고 좀 쪄준다고 표도 안난다며 먹으라고 꼬시더니 에그샌드위치를 해왔다.


한국식 에그 샌드위치를 가르쳤는데 일취월장 정말 정말 맛나게 하는 편.


잘하면 역삼동 빌딩숲에 아침 장사로 둘이 뛰어도 대박 날 판임.


너 진짜 하나만 먹어도 되겠냐고 아유 슈어?를 다섯번이나 물었는데..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하나면 충분하다고!


난 정말 작게 먹는 여자라고 큰소리 쳤는데.. 먹는데 너무너무 맛잇어서 진짜 야금 야금 아껴 먹었음.


임산부 답지 않은 과감함으로 세븐업도 한잔 드링킹 할라고 냉장고 문 열어제꼈다가 발견한 동원 식혜.


그래.. 애 낳고 나면 또 젖마를까봐 못마실 내 식혜여.. 하며 그 달디 단것을 원샷…


난 애낳고 미친듯 다이어트 할테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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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5일에 덧붙임 :


남편이 선물한 11년의 생일 선물 부쉐론 반지는 아직도 고이 잘 간직하고 있고, 이때보다 살이 훨씬 더 빠져 반지는 무리없이 잘 맞으며 그때 그가 전자기기가 아닌 작고 반짝이는것을 사준것은 참으로 옳았다는 생각.

업데이트, 뉴 사양 이런거 없는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


그리고...나의 다이어트 결심 역사는 참 길기도 길구나.....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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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entários


Membro desconhecido
26 de out. de 2023

다이어리 쓰시는 것만 봐도 재밌어요. 고서방님 긴머리는 너무 인상적이네요.^^ 나넷은 그때나 지금이나 스스로 반짝이는 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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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lle Di Crollalanza
Hazelle Di Crollalanza
26 de out. de 2023
Respondendo a

다이어리는 나중을 위해서 꼭 쓰는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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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orgeousyujin
25 de out. de 2023

왕거북이님도 아젤님도 낭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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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lle Di Crollalanza
Hazelle Di Crollalanza
25 de out. de 2023
Respondendo a

 이제 닉넴은 왕거북이가 좋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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